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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하태원]현실성 적은 ‘南경공업자재-北지하자원’

입력 | 2007-07-09 02:58:00


남북한이 7일 개성에서 합의한 ‘남측 경공업 원자재 제공, 북측 지하자원 상환’은 새로운 방식의 경제협력 방안이다.

정부는 “남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교환해 공통의 이익을 꾀하는 ‘유무상통(有無相通)’의 경협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사업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한편 남측의 안정적인 자원 확보 기반도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한의 광물 수입의존도가 2005년 기준으로 83.6%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 분야에서의 남북 협력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 북한도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가진 마그네사이트(40억 t)는 물론 중석, 몰리브덴, 흑연 등 7종의 광물 보유량이 세계 10위권에 들지만 에너지와 기술 부족 등으로 생산이 저조하다. 남측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의 희망처럼 북측 광산에 자유롭게 접근하거나 세밀한 조사를 벌여 효율적인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 등 외국자본과 광업 분야에서 합영·합작사업을 할 때도 현장조사나 광산에 대한 상세자료 제공을 거부했으며 개발권도 양도하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지하자원 개발권 양도 시 주민에 대한 동원력 약화를 우려하며 광물자원을 통한 국부 유출에 대한 경계심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주고받기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남측은 2007년분으로 8000만 달러(약 744억 원)어치의 경공업 원자재를 11월까지 북한에 보낼 계획이지만 북한의 ‘상응조치’는 고작 원자재 가격의 3%에 해당하는 240만 달러(약 22억3200만 원)어치에 불과하다. 나머지 97%에 대해서는 연리 1%에 5년 거치 10년 상환의 조건이 붙어 장장 15년간 상환을 받는 ‘비상업적’ 조건이며 상환 여부도 불투명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상황과 낡은 광산 설비 등을 고려할 때 천문학적인 투자비만 지출한 채 별다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북 퍼주기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며 정부가 찾아낸 새로운 형식의 남북 경협 모델이 ‘변종(變種)’ 대북 퍼주기가 돼서는 안 된다.

하태원 정치부 tea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