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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51기 국수전…집도 절도 없는 신세

입력 | 2007-07-06 03:00:00


백 ○ 두 방이 아팠다. 백 104로 나오는 축머리이기도 하다. 내친걸음. 흑 105는 기세다. 그러나 백 108로 상변을 깨끗하게 챙기자 실리로는 이길 수 없는 국면이 되었다. 갈 길은 먼데 마음은 급하고…. 이러한 초조함이 흑 109에 드러났다. 패착이다. 진동규 3단이 두고두고 후회한 수다. “참고도 흑 이하로 꾹꾹 막았으면 희망이 있는 바둑이었다. 우중앙에 막강한 흑세가 생겼으므로 백은 6, 8로 좌변 백대마 보강을 서두르며 흑의 외벽을 견제해야 한다. 이러한 흐름을 탄다면 백 ○ 두 점은 자동으로 품게 된다.”

김승준 9단도 이 말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실전보다 낫다는 얘기이지 백 6, 8이 놓여진 참고도도 백이 좋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백 110으로 꼬부리고 나와서는 중앙에 흑집을 붙일 여지가 사라졌다. 한마디로 낙이 없는 바둑이 되고 만 것이다.

흑 111로 분란을 일으켜 보려 하지만 노련한 투우사처럼 백 112∼118로 한발 비껴 처리하니 헛심만 쓴 꼴이다. 이런 상황을 집도 절도 없는 신세라고 하던가. 힘줄이 불끈 솟고 거친 콧김과 거품을 내뿜던 투우가 지쳤다. 투우사의 칼이 정수리를 향할 마지막 순간이 왔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