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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쫙!아이 독서지도]무서운 책 일단 덮고본다?

입력 | 2007-07-03 03:02:00


아이에게 예쁘고 좋은 것만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어른의 마음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 주다 보면 다소 무섭거나 잔인해 보이는 책들을 만나기도 한다. 흔히 만나게 되는 건 옛날이야기다.

아이에게 ‘여우 누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너무 무서워해서 다시는 그 책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거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호랑이가 엄마를 잡아먹는 장면 때문에 불안해한다거나 하는 경우다.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려줬는데 아이가 이렇게 무서워하면 엄마는 의심이 든다. ‘이 책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때로 아이는 전혀 무섭거나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오히려 엄마가 그 책이 너무 무섭고 잔인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섭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리고, 어른들의 경우에는 ‘잔인하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경우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건 엄마가 호랑이한테 잡아먹혀서 사라지는 상황이다. 아직 엄마에게 의지해야만 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사라지는 상황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엄마는 엄마가 호랑이에게 팔다리를 하나씩 떼어주는 상황 자체에서 현실적인 잔인함을 느낀다. 즉, 아이와 엄마는 같은 책에서 서로 다른 지점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자칫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엄마는 아이가 무서워하는 책이나 엄마가 보기에 잔인해 보이는 장면이 나오면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나 아이는 다르다. 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그 책에 끌리기도 한다. ‘여우 누이’에서 느끼는 공포,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엄마가 사라지고 자신들끼리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은 모두 무섭고 두려워 도망치고 싶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무서운 상황과 맞서서 스스로 이를 극복하는 힘을 키우곤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이 지나면 ‘여우 누이’가 무서워 책도 보고 싶어 하지 않던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여우 누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엄마가 잡아먹혀 무섭고 슬프다던 아이도 이런 상황을 만든 호랑이와 맞설 만큼의 용기를 갖게 된다.

물론 무서운 책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무서움만을 강조해 아이들을 자극하는 나쁜 책도 많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마음이 너무 앞서 아예 이런 책들을 안 보여 주거나, 엄마가 생각하는 무섭고 잔인한 장면을 빼고 보여 주는 일은 없어야겠다. 아이들은 장면 장면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오진원 웹진 ‘오른발왼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