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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과 현실 경계가 있나요?”

입력 | 2007-06-09 03:03:00

이형구 씨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아니마투스’ 연작.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에피소드를 인공 뼈다귀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인 첫 단독개인전 이형구 씨

“가짜를 진짜처럼 내놓아 진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혼돈을 주고 싶습니다.”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초대작가 이형구(38·사진) 씨는 7일 오후(현지 시간) 평론가 등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 오프닝’에서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중첩되는 양상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일 공식 개막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축제. 올해 주제는 ‘감각으로 생각하기-정신으로 느끼기: 현재 시제의 미술’로 77개국 100여 명이 참가한다.

한국관 전시는 1995년부터 진행됐으나 한 작가의 단독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의 일화를 인공 뼈다귀로 담아 낸 ‘아니마투스’ 연작, 얼굴이나 팔의 일부를 찜질도구 등으로 부풀게 한 ‘오브젝추얼스’ 연작을 선보인다.

‘무스 아니마투스’는 톰(고양이)이 제리(쥐)를 막 잡아채는 긴장된 순간을 뼈대만으로 표현한 작품. 이 씨는 “가상의 이야기인 만화 주인공이 뼈를 가짐으로써 실존하는 생물처럼 보이게 한 것”이라며 “이런 작품을 통해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합성수지와 철사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으며 “진짜 뼈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오브젝추얼스’는 이 씨가 미국 유학시절(예일대 대학원) 겪었던 ‘왜소 콤플렉스’에 대한 몸부림의 표현이다. 커다란 전구 갓을 쓰고, 몸의 일부를 부풀려 ‘나는 결코 작지 않다’고 외치는 듯하다. 한국관 커미셔너 안소연 씨는 “한국인이 서구 문화를 접할 때 겪는 모방과 거부 등 이중성을 담은 작품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동시에 콤플렉스에 대한 심리적 치유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시각적 폭력(visual violence)’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선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이 중에서도 이 씨의 작품은 구겐하임 미술관 측이 관심을 표명하는 한편 “흥미롭지만 시각적 효과는 약한 듯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비엔날레는 11월 21일 폐막하며 10월 중순 대상(황금사자상) 특별상 등을 수여한다. 이 씨는 “상을 받으면 활동 영역이 더욱 넓어지겠지만 지금도 스위스 자연사박물관 등에서 만나자고 한다”며 “이번 전시에 대한 평가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베니스=허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