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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오페라 호기심을 훔쳐라”

입력 | 2007-06-05 03:03:00


《“지휘하다가 팔이 아프진 않으신가요?” “그까이꺼, 오른팔이 아프면 왼팔로 하면 되는 거지.”

국립오페라단 싸이월드 미니홈피(town.cyworld.com/nationalopera)에는 특별한 ‘파파라치’들이 지휘자 정치용을 상대로 한 인터뷰 동영상이 인기다.

14∼1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는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작품. 이 작품은 자신의 정부(情婦)를 살해한 군인이 의학적 소견만을 근거로 공개 처형당한 실화를 고발한 사회극이자, 장조나 단조에 의지하지 않는 무조(無調)음계로 작곡된 최초의 오페라이기도 하다.》

국내초연 ‘보체크’ 홍보 맡은 10인의 파파라치

○ UCC동영상-만화-사진 곁들여 포털에 유포

익숙하지 않은 현대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래서 보체크의 제작과정을 흥미롭게 뒤쫓는 자칭 ‘파파라치’ 보체크 원정대가 나섰다.

리허설 현장에 가서 분장하지 않은 성악가들의 ‘생얼’ 공개하기, 직장인 보체크 댓글 달기, 지휘자와 연출가를 TV에 나오는 ‘무릎팍 도사’처럼 인터뷰하기…. 이들과 함께하면 현대 오페라도 더는 어렵지 않게 느껴진다.

싸이월드 홈피에는 또 “트로트 꺾기 창법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클래식 음악은 왜 졸린가” 등 질문부터 손수제작물(UCC)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사진과 만화를 곁들인 파파라치들의 기록으로 가득하다. 이들은 네이버, 다음, 클래식 사이트 등에 이런 영상물을 퍼뜨리며 즐긴다.

10명 모집에 모두 129명이나 몰린 파파라치는 클래식 전문가도, 오페라 마니아도 아니다. 대학생, 직장인, 임용시험 준비생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은 “두 팀으로 나눠 경쟁하다 보니 어느덧 ‘보체크 폐인’이 돼 버렸다”고 말한다.

‘치장(파파라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주현(29·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씨는 “오페라는 길거리 포스터로만 접하던 생소한 분야였는데 파파라치를 하면서 정말 공부를 많이 하게 됐다”며 “지휘자, 연출자, 성악가 인터뷰, 무대 연출에 참여하다 보니 ‘보체크’에 대해서만은 전문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두팀 나눠 경쟁하다 보니 ‘보체크 폐인’ 돼”

최근 이처럼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예술단체가 직접 나서서 관객 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표 참조). 국립오페라단 홍보팀 오승희 씨는 “열성적인 10명이 10만 명에게 외치는 함성은 상상할 수 없는 ‘메아리 효과’로 돌아온다”며 “행동하는 P(Participation)세대를 위한 ‘참여형 관객 개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보체크 공연 1만∼9만 원. 02-586-5282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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