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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에버랜드 판결 ‘투명한 상속’의 계기 돼야

입력 | 2007-05-29 23:09:00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항소심에서도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들의 유죄가 인정됐다. 이들이 회사 재산을 삼성그룹 후계자 이재용 씨에게 낮은 가격에 넘겨줌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위법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이들이 CB 발행으로 이 씨 등 특정인에게 지분을 몰아줘 회사의 지배권을 넘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어제 판결이 난 뒤 ‘항소심 판결에 법리상 문제가 많다’며 ‘대법원에서 순수한 법 논리에 따라 무죄가 선고될 것을 확신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최종심이 남아 있고, 그동안도 학계와 법조계에서 유무죄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에버랜드 주식은 삼성그룹 경영권의 핵심이다. 이 씨와 그의 형제들은 CB 인수를 통해 그룹 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에버랜드의 지분 64%를 확보함으로써 계열사들을 사실상 지배하게 됐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1등 기업집단으로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와 영향이 막대하다. 이런 위치의 삼성이 이른바 ‘X파일’ 파동에 이어 편법 증여 시비에 힘을 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결국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지 않을 수 없게 됐지만, 이 재판은 기업과 부(富)의 투명한 상속이 중요함을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차제에 국내의 상속제도 자체도 재검토해 봐야 한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상 50%의 상속세를 부담하면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거나, 외국인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