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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칼럼]6자회담, 이제 타석에 섰다

입력 | 2007-05-15 03:01:00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 선수가 레드삭스로 이적하자 쾌재를 불렀다.

그 직후 힐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2500만 달러 북한 계좌 문제를 논의했다. 힐은 흥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美-中사이에서 고립되는 일본

“마쓰자카가 레드삭스에 온다. 이적금은 5100만 달러다.”

“마쓰자카?”

김계관은 무슨 얘긴지 몰랐다. 힐의 설명에 김계관의 눈이 둥그레졌다.

“겨우 한 사람에게 그런 큰돈을 내는가.”

“하긴, 2500만 달러의 배 이상이니까.”

여기서 북한 자금 동결 해제를 위한 북-미 간 협의가 시작됐다. 미국은 4월 초순 이 은행의 동결 해제 조치 지지를 발표하고 북한은 예금을 꺼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북한이 약속한 영변 핵개발 중단과 봉인은 아직 실시되지 않았다.

그래도 6자회담은 미국의 제재 해제로 북한의 비핵화 실시를 향해 타석에 서는 데까지는 왔다. 앞으로 북한이 모든 핵 계획을 신고하고 기존 핵 시설을 사용하지 않으면 1루 진출이다. 거기서 각국의 본격적인 에너지 지원이 시작된다. 이번 핵 위기의 계기가 된 우라늄 농축 계획을 포기하면 2루, 지난해 10월 핵실험으로 실증이 이뤄진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면 3루에 도달한다. 마지막으로 폐기 여부에 대한 철저한 사찰이 끝나면 홈인이다. 여기까지 와야 북-미 정상화와 북-일 정상화로 연결된다. 갈 길은 아직 멀다.

게다가 북-일 간에는 납치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얼마 전 방일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일본 정부 요로에 “납치 문제 해결이란 뭘 말하는가. 그 정의를 가르쳐 달라”고 했으나 전혀 답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과연 일본 정부는 답을 갖고 있는 걸까. 국회에서는 ‘핵 문제에서 북-미에 뒤처지지 말라’는 목소리와 ‘북-미가 어떻건 납치 문제에 의연하게 임하라’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일본 국내에서는 ‘6자회담에서 일본이 주변으로 밀리고 고립되고 있다는 감정이 퍼지고 있다’고 미 정부 고관은 본다. 북-미 교섭 타결을 서두르는 미국에 배신당했다는 기분까지 배어 나온다. 미국이 북한을 거만하게 만들고 있다거나, 미국이 핵 폐기를 내심 포기하고 북한과의 군비 관리 교섭에 나서려 한다거나, 미국의 핵우산에 구멍이 뚫렸다는 등 미국에 대한 불신감도 들려온다.

6자회담이 미국과 중국 주도로 시작되어 일본은 전략적 결단 없이 수동적으로 참여해 온 경향이 있다. 6자회담의 한계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6자회담의 가능성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 지역에서 핵 확산이 일어나면 중국 한국 일본 관계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공포감에 물들 위험이 있다. 그 경우 일본이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다.

북핵-납북 전략적 결단해야

6자회담은 이 지역 사상 최초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다각적 프로세스에 해당한다. 미일동맹 한미동맹과 동북아의 지역적 틀을 연결하는 계기를 포함해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이 일본의 전략적 과제다. 북한의 핵 폐기 실현을 위해 앞장서서 다각적 외교를 익혀야 한다. 핵도 납치도 다각적 과정 속에서 해결해 갈 수밖에 없다는 각오가 일본의 전략적 결단이다.

그러려면 △핵우산의 상태에 신경과민이 되기보다는 주일 미군기지를 토대로 지역 안정 효과가 있는 미일동맹을 지향하고 △납치 문제 해결은 핵 문제와 연동해 추구하며 △납치 문제 해결의 ‘출구 구상’을 준비해 납치 문제를 ‘운동’이 아닌 ‘외교’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일본에 요구되는 것은 ‘핵이냐 납치냐’도, ‘선(先) 핵 후(後) 납치’도 아닌 전략적 결단이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 본보는 앞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칼럼니스트인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씨의 칼럼을 일본 아사히신문과 공동 게재합니다. 후나바시 씨는 본보의 제휴사인 아사히신문에서 베이징과 워싱턴 특파원, 미국 총국장 등을 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