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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브룩스 “北 60일내 약속 안지키면 2·13합의 산산조각”

입력 | 2007-03-08 03:01:00

피터 브룩스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이 7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징 ‘2·13합의’와 한미 동맹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베이징(北京) ‘2·13 합의’는 그야말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피터 브룩스 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은 7일 서울 시내 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룩스 소장은 2·13 합의에 대해 “영변 핵 재처리 시설에서 플루토늄을 당장 생산하지 않게 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받지 않았고 더군다나 핵실험까지 감행한 북한의 악행에 대한 보상이라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의 안정과 비핵화는 미국이 양보할 수 없는 이익”이라며 “북한이 (2·13 합의 후) 60일 내에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합의가 산산조각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와 관련해 그는 “(미국 정부는 이 문제가 불거진) 2002년 당시 가졌던 확신에 비해 확신의 강도가 다소 약화됐다. HEU 프로그램의 특성상 은밀히 진행된 진전 상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핵시설을 신고할 때 HEU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해선 “안보 분야에서의 긴장이 상당 수준에 이른 것 같다”고 진단하고 “특히 북한이 핵실험을 했고 핵 폐기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을 확정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현직에 있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오판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북한에 대해 계속 주기만 했지만 돌아온 것은 별로 없었던 것이 지난 7년간 한국의 대북정책이었다”며 “이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을 도모할 수는 없지만 북한 체제가 행동 변화(change of regime's behavior)를 보여 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브룩스 소장은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이 헤리티지재단에 기부한 기금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정주영 펠로이기도 하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