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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실속이 좋아” 예단은 현금으로

입력 | 2007-02-24 03:00:00


《캐노피 침대(커튼이 달린 침대)에서 눈을 뜨니 신랑이 모닝커피를 건넨다.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듯한 널찍한 거실로 나왔다.

한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가 멋지다.

커다란 벽걸이 TV 옆 웨딩사진을 보니 결혼이 실감난다.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던 감동의 프러포즈, 몰디브에서의 꿈같은 신혼여행을 생각하니 행복이 밀려오는 듯하다….

아직도 이런 환상을 갖고 있다면 어서 깨는 게 좋다.

치솟을 대로 치솟은 집값 때문에 우선 신혼집 마련에 드는 비용이 엄청난 부담이다.

여기에 예단과 예물을 장만하고, 신혼집 인테리어를 꾸미고, 결혼식까지 화려하게 치르자면 한도 끝도 없다.

어쨌든 예산은 한정돼 있지 않은가.》

■2007 혼수 트렌드는 ‘선택과 집중’

듀오 웨딩사업부 유지영 팀장은 “혼수도 선택과 집중의 시대”라며 “신랑과 신부가 예산 범위를 정해 놓고 서로 포기할 것과 포기 못할 부분에 대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팀장은 “반지를 간단히 하는 대신 고급 시계를 선택하거나 신혼여행에 집중 투자를 하는 식으로 ‘뺄 건 빼고, 지를 건 지르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특히 요즘은 집값이 혼수의 변수가 된다. 남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집값이 많이 올라 예비부부가 함께 보태고 나머지는 간소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예물은 실용성&패션

최근의 예물 트렌드는 한마디로 ‘제각각’이다.

예전에는 3세트(다이아몬드, 유색보석, 순금)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커플링만 구입하거나 △5부 다이아몬드 세트+진주세트+커플링 등 예물 세트를 갖추거나 △캐럿 사이즈 다이아몬드만 택하는 경우 등으로 다양하다. 디자인도 신랑 신부가 취향에 맞춰 고른다.

롯데백화점 잡화 매입팀 이태호 바이어는 “대개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신부는 다이아몬드 5부, 신랑은 3부 정도로 맞춰 400만 원 선에서 구입한다”면서 “여기에 진주 세트를 구성해 100만 원이 추가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은 간결하면서도 개성 있는 스타일이 인기. 평소에도 장식용으로 쓸 수 있는 디자인에 18K 화이트 골드와 다이아몬드 주얼리가 단연 강세다.

반지에 쓸 돈을 줄이고 시계에 투자하는 사람도 많다.

듀오의 유 팀장은 “다이아몬드 반지는 평소 끼고 다니기 불편하고 브랜드를 구분하기도 어렵지만 시계는 한 눈에 알 수 있다”면서 “특히 남자들이 고급 명품 시계에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시계도 신랑 신부가 취향대로 따로 고른다. 남성은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여성은 팔찌처럼 액세서리로 쓸 수 있는 시계를 선호한다.

○ 예단 현물 장만 점점 줄어

신부가 시댁에 드리는 예단은 현물보다 현금이 주를 이룬다. 침대를 쓰는 사람이 늘면서 한실이불은 ‘옷장 지킴이’가 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칠첩반상기나 은수저세트도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부가 가장 고민하는 예단 값은 말 그대로 천차만별.

한 웨딩 플래너는 “일반적으로 300만∼500만 원 선으로 잡으면 된다”면서도 “신랑이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시댁에서 수천만 원을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현금과 함께 명품 핸드백을 넣기도 한다. 샤넬과 루이비통이 인기. 일부 상류층에선 악어핸드백으로 유명한 콜롬보가 애용된다. 모피코트를 넣는 경우도 있다.

○ 가구는 믹스&매치

물론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맡기는 게 제일 편하다. 문제는 비용. 요즘은 인테리어 관련 웹 사이트에서 정보를 모으기가 쉽다. 신랑 신부가 함께 꾸미면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재미도 쏠쏠하다.

집안 인테리어에도 ‘선택과 집중’ 이론이 적용된다. 특히 매트리스는 건강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가구업체 까사미아에 따르면 예비신부들은 캐노피 침대를 선호한다. 하늘거리는 커튼을 침대 위에 걸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기 때문.

예전처럼 침실세트나 거실세트 등을 가구회사에서 한꺼번에 구입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매트리스만 놓는 집도 있다. 장롱도 집 구조에 맞춰 붙박이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취향에 따라 고급 브랜드 제품과 저렴한 공장제품을 섞어 믹스&매치를 한다. 나비장은 요즘 신혼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 깔끔한 거실에 중국 나비장을 놓으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 가전제품은 신랑과 함께 골라라

남성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혼수로 꼽는 게 가전제품이다. 특히 TV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그래서 40인치급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나 액정표시장치(LCD) TV로 고급화되는 추세다.

냉장고와 세탁기도 인테리어 개념의 고급 가전이 인기. 롯데백화점 가전매입담당 홍두호 바이어는 “세탁기는 용량 10kg 이상의 인테리어형 드럼세탁기, 냉장고는 양문형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웨딩드레스, 공주는 가라

공주처럼 앞 뒤 옆으로 확 퍼지던 A라인 드레스의 시대는 갔다. 뒤로 질질 끌리는 드레스도 인기가 없다. 최근에는 자연스럽게 퍼지는 A라인 드레스나 몸에 붙는 이브닝 스타일, 인어 모양의 머메이드 스타일이 각광받는다.

웨딩드레스를 파티 스타일로 골라 애프터 웨딩용으로 쓰기도 한다. 롯데명품관 에비뉴엘의 웨딩컨설턴트 문정경 실장은 “깔끔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의 라인이 사는 드레스가 인기”라며 “유명 디자이너 드레스를 파티용으로 구입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