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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멘 독재자 니야조프 사망

입력 | 2006-12-22 03:01:00


중앙아시아에서 21년째 장기 독재자로 군림하던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사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21일 사망했다.

1940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니야조프 대통령은 1985년 투르크멘 공산당 서기를 거쳐 1992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개헌을 통해 종신 대통령이 됐다.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사인을 심장질환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상화 정책=‘투르크멘의 아버지’라 자칭하던 그는 1991년 언론 탄압과 함께 여당인 투르크멘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을 불법화했다. 그 빈자리를 20년간 니야조프 우상화 정책이 메웠다.

그의 동상과 초상화는 투르크멘 곳곳에 널려 있다. 대통령궁에 세워진 니야조프 황금동상은 태양의 이동 방향에 따라 24시간에 한 바퀴씩 회전한다. 국민은 그가 쓴 투르크멘의 문화와 역사 서적을 읽고 정신적 지침을 따르도록 강요받았다.

그가 쓴 도덕지침서 ‘룩나마(영혼의 책)’는 모든 학생의 필독서다. 결혼할 때와 운전면허 딸 때 이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자신과 어머니의 이름을 딴 ‘니야조프 달력’을 만들고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 자신의 시를 섞은 교시록을 새 경전으로 내놓기도 했다.

또 남자들은 턱수염이나 장발을 할 수 없고 금으로 된 치아 보철도 불허했다. 여성 뉴스앵커는 화장을 할 수 없다. 2001년에는 발레와 오페라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금지했고 지난해 8월에는 가수들의 ‘립싱크’가 “음악적 재능을 죽이는 일”이라며 전면 금지했다.

▽정국 혼미=원유 및 가스 생산 국가이자 중앙아시아 석유 수송로의 중심에 있는 투르크멘의 정세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니야조프 대통령은 카스피 해 석유 수송로 분쟁에서 이란과 손잡고 러시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의 정책에 반대했으며 석유 수송 다변화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 건설을 추진하면서 유럽 국가 일부와 협조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은 2000년 이후 10% 안팎의 고속성장을 계속했다. 올해 1인당 GDP는 3940달러로 5년 전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