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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속도 혁명’을 낳았다

입력 | 2006-11-27 03:00:00

필요할 때 공기를 넣어 거주 공간을 만드는 작품 ‘놀노’. 그만큼 이동성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이탈리아의 베스파 스쿠터. 뒷사진은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으로 오드리 헵번이 앙증맞게 스쿠터를 타고 있다. 사진 제공 예술의 전당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모빌리티 움직이는 디자인’전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는 인류의 영원한 열망이다.

21세기가 모바일 시대라고 하지만 인류는 오래전부터 1초라도 더 빨리 이동하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해 왔다. 서울 예술의 전당이 12월 11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마련하는 ‘모빌리티 움직이는 디자인(Mobility Design in Nomadism)’전은 바퀴의 발명을 비롯해 인간이 속도를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능과 디자인을 훑고 있다.

타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전시다.》

전시는 ‘바퀴의 발명’ ‘주거의 이동’ ‘이동을 위한 사물들’ ‘네트워크 환경’으로 구성된다. 인류의 이동 속도를 혁명적으로 높여 준 바퀴를 비롯해 물리적인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해준 네트워크 첨단 제품을 둘러싼 디자인을 한자리에 선보인다.

‘바퀴의 발명’ 코너에는 1871년 영국에서 등장한 최초의 자전거 ‘오디너리’,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앙증맞게 탔던 이탈리아의 베스파 스쿠터, 자동차의 대량생산시대를 연 포드 자동차 T, 대중문화의 한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할리 데이비슨’, 차의 앞면을 열고 타는 독일 BMW의 이세타 모델이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전시품은 골동품 반열에 올랐지만, 그 디자인만큼은 중후함과 현대적인 세련미마저 풍긴다. 베스파 코너에는 영화 ‘로마의 휴일’의 일부 대목을 상영해 헵번의 해맑은 미소도 볼 수 있다.

‘모빌리티 디자인’은 인간의 생활도 바꿨다. 초원을 질주하던 몽골군의 이동성을 높인 ‘게르’ 숙소, 네덜란드의 움직이는 주거 공간인 자동 접이식 캐러밴 ‘마르키스’, 갖고 다니다가 공기를 넣어 만드는 의자 ‘놀노’(다국적 건축가 그룹 ‘피오디’ 작품)가 그런 디자인 용품들이다.

1979년 처음 나온 소니의 워크맨 디자인은 포터블 시대를 열면서 모빌리티의 개념을 한층 일상으로 옮겨왔다. ‘이동을 위한 사물들’ 코너에서는 워크맨 첫 모델부터 1999년 마지막 모델까지 25종을 선보인다. 마르셀 부로이어가 디자인한 ‘네스팅 테이블 토넷’은 외형은 같으나 크기가 달라 필요에 따라 겹쳐 놓을 수 있는 탁자 세트이다.

‘네트워크 환경’ 코너에는 ‘모바일’ 시대를 불러온 간판 디자인으로 휴대전화의 변천 과정을 정리했다. 1989∼2006년 나온 삼성전자 휴대전화를 비롯해 휴대전화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율거 전화기를 선보인다. 사진작가 양철모 씨는 ‘도시 유목민 K 씨’의 일상을 담은 일련의 사진을 통해 모빌리티 경쟁에 내몰린 듯한 한국인의 24시를 보여 준다.

어린이 관객을 위해 한국의 최초 양산 자동차 ‘시-발 자동차’ 만들기, ‘세그웨이’ 타보기 등 체험행사도 열린다. 관람료 3000원(청소년) 5000원(일반·대학생). 02-580-1496

허 엽 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