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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무분별 반론청구 제동

입력 | 2006-11-24 03:07:00


언론사를 상대로 청구한 반론보도 내용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드러났을 때에는 언론사가 반론보도를 거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법원은 언론보도로 개인이 본 피해를 신속히 구제한다는 취지에서 반론보도 청구 내용이 사실인지를 엄격하게 따지지 않고 개인의 반론보도 청구를 폭넓게 인정해 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23일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됐던 여운환(52) 씨가 ‘불법 로비 및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한 동아일보 등의 보도(2001년 9월 14일∼10월 5일)에 대해 “반론보도를 해 달라”며 낸 반론보도심판청구 사건에서 반론보도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동아일보는 2002년 2월 1일 여 씨의 반론보도 청구의 일부를 받아들인 1심 판결에 따라 여 씨의 반론을 보도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003년 7월 25일 여 씨가 기소된 별도의 형사사건 재판에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의혹 부분에 대해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려 동아일보 보도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다시 맡게 될 서울고법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동아일보 등의 반론보도가 불필요했다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 경우 동아일보는 애초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다시 보도(취소재판보도)할 수 있고 반론보도와 취소재판보도 등에 든 소송비용은 여 씨가 물게 된다.

재판부는 “반론제도는 반론 내용이 진실인지 확인하도록 하지 않고 있어 언론사에 거짓 반론을 게재할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고 있지만, 반론보도를 청구한 사람에게 거짓말할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반론보도를 청구한 개인이 진실을 숨긴 채 반론보도를 청구했는지에 대해서는 반론보도 청구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반론보도청구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입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독립신문사는 당시 ‘여 씨는 폭력조직 국제PJ파 출신으로 정치인, 경찰, 검찰, 안기부, 국세청 등 권력기관 인사들을 비호세력으로 삼아 이용호 씨를 위해 불법 로비를 하거나 이 씨와 관련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동아일보 등은 여 씨가 제기한 반론보도청구 사건 1, 2심에서 모두 졌으며 조선일보와 독립신문사는 2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