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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성한]美의회 知韓派가 부족하다

입력 | 2006-11-11 03:00:00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12년 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 ‘깅리치 사단의 대반란’을 연상시킨다. 당시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의원은 감세정책, 국방비 증액, 복지예산 축소 등을 약속한 ‘미국과의 계약’을 발표하고 공세적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상원은 1986년 이후 8년 만에, 하원은 1954년 이후 40년 만에 과반수를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 냈다.

민주당, 북핵-통상 강공 예상

올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 의원을 사령탑으로 최저임금 상향 조정, 재정지출 확대, 줄기세포 연구 지원 확대 등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맹비난한 결과 12년 전 빼앗겼던 의회를 재탈환했다. ‘펠로시 사단의 대반란’으로 성공한 것이다. 민주당의 이번 승리는 2001년 9·11테러 이후 공화당 행정부의 ‘독주체제’를 견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미국인들의 잔치는 끝났다. 이제 우리는 미국 중간선거가 던진 메시지를 잘 파악하고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미국의 반테러 반확산 전략의 기조가 바뀌거나 완화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가 패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반테러 반확산 정책을 단호하게 추진해 갈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확산을 막는 데 공화당보다 더욱 단호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상황이다.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에 북-미 양자협상을 주문하는 이유는 북한과 양자협상의 틀 속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협상해야 결과를 신속히 도출할 수 있고, 그 후 다른 나라들에 경제적 부담을 떠넘길 수 있다는 미국식 국익 계산의 결과다.

6자회담과 같은 ‘완충장치’가 없으면 북-미 양자회담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대북 강경책을 펼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의 역할에 대한 불신은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더 강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둘째, 민주당의 승리로 북-미 양자 대화의 길이 열리고 그로 인해 북핵 문제 해결에 서광이 비쳤다고 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전선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의회가 행정부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가 바로 통상정책이다. 공화당에 비해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은 부시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을 활용하여 내년 7월까지로 되어 있는 기한 내에 협상을 끝내지 못할 경우 본격적인 간섭을 시작할 것이다. 7월을 넘기면 의회가 개별 내용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욱 꼬이게 된다. 통상외교 강화는 물론이고, 북핵과 통상이 연계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을 한미 FTA 협상에 포함시킬지에 관해서도 ‘전략적 고민’이 요구된다.

퇴진한 지한파 공백 메워야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 결과 한국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의원 상당수가 낙마하거나 은퇴하였다. 공화당의 짐 리치 의원은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양자 회담을 촉구하고 대북 특사 파견을 주장한 인물이지만 이번에 낙선했다. 북한을 두 번 방문하고 자이툰부대 활약에 감사하는 발언록을 제출했던 커트 웰던 의원도 낙마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레인 에번스와 헨리 하이드 의원은 각각 질병과 노령을 이유로 은퇴했다. 좀 더 중장기적 차원에서 미 의회 내 지한파를 늘리기 위한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미주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