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같은 사안 3번째 영장청구… 檢 ‘초유의 수모’

입력 | 2006-11-08 03:01:00

이번에도… 구속영장이 또 기각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가 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318호 법정으로 들어서려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에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신원건 기자

대검찰청 ‘폭풍전야’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7일 밤 12시경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 엘리스 쇼트 부회장,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에 대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재청구한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사진은 8일 새벽 대검찰청 전경. 김재명 기자


“영장을 받아 내는 그날까지 계속 영장을 청구하겠다.”

7일 밤 12시 론스타 경영진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이 또다시 기각되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는 허탈한 목소리로 입술을 깨물었다.

검찰은 빠른 시일내에 3명에 대한 체포 및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 3일 새벽 영장이 기각된 지 10여 시간 만에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했던 검찰로서는 세 번째 영장 재청구라는 전례 없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러나 법원은 최초의 영장 기각 때와 마찬가지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곤혹스러운 최고 사정기관, 법원과의 대충돌 예고=검찰은 최소한 유회원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만큼은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유 대표마저 기각되자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 검사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의 실체 규명이 잘되지 않으면 법원이 책임져야 한다”며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느끼는 충격의 강도는 더욱 컸다.

검찰은 3일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되자 정상명 검찰총장 등 수뇌부가 전면에 나서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영장을 재청구한 데다 휴일인 5일 이례적으로 법원의 영장 기각 이유를 반박하는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래저래 최고 사정 부서인 대검 중수부의 체면을 더욱 구기게 된 것.

앞으로 검찰은 법원의 영장발부 기준에 대한 허점을 공격하고 궁극적으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은 미궁으로?=검찰은 당초 유 대표를 지렛대 삼아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실체를 규명할 계획을 세웠다.

유 대표가 구속됐다면 검찰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곧이어 영장이 청구될 금융 당국 관계자에 이어 론스타 측의 대표적인 인물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게 된다. 2003년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관여한 매각-매수-금융기관 주요 핵심 인물을 압박할 수단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계획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이번 주 중에 정부 감독 승인기관 관계자 2,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던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영장 기각 직후 검찰이 “재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그만큼 유 대표가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

검찰은 5월 중순 유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청구한 영장이 기각되자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연관성을 5개월 이상 수사해 왔다.

2000년부터 론스타의 자회사 허드슨어드바이저 등에서 근무한 그는 2003년 9월 외환은행 사외이사를 맡았다.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합병 과정은 물론 스티븐 리(이정환) 전 론스타어드바이저코리아 대표와 함께 한국 내 투자 대상을 발굴했다.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가 출국한 이후에는 론스타의 한국 내 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 전 대표의 신병 확보가 여의치 않자 유 대표를 다른 사람들과 격리시킨 뒤 론스타 본사 경영진과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었다. 검찰은 자칫 론스타 본사의 개입 여부와 범위를 못 밝혀낼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