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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좍∼’ 이젠 사라져라…재밌는 과학 강의 튀는 강사들

입력 | 2006-08-25 03:00:00


《‘튀는’ 아이디어로 어려운 과학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이색 과학 강사들이 최근 늘고 있다. 강사들은 글자와 사진으로만 이뤄진 딱딱한 자료 대신 생활에서 익숙한 소재로 흥미를 끌어낸다. ‘블록 쌓기’ ‘닭 뼈 발라내기’ ‘만화 보기’ 등 강연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 레고 블록으로 정밀 기계 모방

경기 안산시에 있는 동산고의 한 교실. 점심시간마다 이곳에선 블록 쌓기 특강이 벌어진다. 강연에 사용되는 교재는 다름 아닌 레고 키트다. ‘입시준비로 바쁜데 무슨 장난감 놀이냐’며 쉽게 넘길 수도 있겠지만 블록을 맞추는 학생들 표정은 자못 진지하다.

이 특이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는 이 학교 발명반 지도교사인 남이준(사진) 씨. “머릿속에 있는 기계적인 아이디어는 모두 레고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수업을 마련했다. 블록이야말로 공학 지식과 기계 원리를 이해시키고 관심을 유발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남 교사가 레고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모터와 결합한 레고 키트를 접하면서다.

자동판매기, 복사기, 전자계산기, 두 발로 걷는 로봇 등 남 교사와 제자들이 만든 작품은 도저히 ‘장난감’을 연상하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게 움직인다.

남 교사는 “한국은 입시에 치여 중고생들은 실제 대학에 진학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전통적인 블록 장난감과 모터, 센서 등을 결합해 대학에서 기초 공학수업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닭 뼈로 배우는 동물 해부학

대학에서 동물자원학을 전공한 회사원 김정식(사진) 씨. 그는 동네에선 닭 해부학자로 불린다. 동네 아줌마들과 아이들을 모아 닭 뼈 맞추기 강의를 시작한 지 올해로 2년째를 맞았다. 김 씨가 굳이 닭을 해부학 교재로 선택한 까닭은 평소 가장 흔히 접하는 조류이기 때문. 대학 시절 동물을 해부해 본 경험의 영향도 컸다.

엄마와 아이는 한 팀을 이뤄 주어진 시간 안에 뼈를 하나하나 접착제로 이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처럼 맞춰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엄마와 아이는 조류의 신체 구조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수업 준비를 위해 재래시장에서 닭을 사 와 뼈를 발라내는 것은 모두 김 씨 몫이다.

김 씨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과학실험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얼마 전부터는 ‘고고학과 해부학의 만남’도 시도하고 있다. 닭 뼈를 흙 속에 묻어 놓고 공룡 화석을 발굴하듯 캐내 이어 붙이는 새로운 수업 방식이다. 공룡 화석학자가 된 느낌을 줘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뼈 잇기 수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 탐정 애니메이션은 과학교과서

만화영화에서 과학 수업의 소재를 얻는 이도 있다. 대전 둔산여고 김종헌(사진) 교사는 2001년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소재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교사는 만화영화를 보여준 뒤 그 안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과학적인 사실을 찾아 설명한다. 만화라는 장르 특성상 수업시간 내내 학생들도 흥미롭게 지켜본다.

“오목거울로 빛을 모아 불을 피운다거나 북두칠성과 같은 별자리를 보고 북극성을 찾는 등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이 정확하게 활용되더군요. 작가가 과학상식을 꿰뚫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1996년 처음 방영된 뒤로 480여 편이 제작된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금까지 35가지 수업소재를 찾았다. 요즘도 자신의 전공인 물리 외에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과 관련된 소재를 찾기 위해 채널을 돌린다.

김 교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편하게 대할 수 있는 매체”라며 “소재만 잘 발굴하면 과학적 흥미를 이끌어 내고 유지하기에 가장 좋은 장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