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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속 3㎞ 팠지만 헛수고… 300m 더 파자 “펑!”

입력 | 2006-08-15 03:00:00


“한 달여 동안 지층(地層)을 3km나 팠지만 소득이 없었습니다. 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한 지층을 3개나 탐사했는데도 가스전이 나오지 않았어요. 공동 투자자인 인도 회사들이 ‘어렵다’며 발을 뺐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투자손실을 대우인터내셔널이 떠안기로 하고 발굴을 강행했습니다.”

○ 6년간의 집념… 마침내 ‘보석’을 캐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현장을 책임진 양수영(49·사진) 상무. 그는 2004년 1월 미얀마 A-1광구에서 천연가스를 처음 발견하던 상황을 회고하면서 여전히 당시의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1998년 미얀마 정부와 광구 개발의 첫 협상을 시작한 지 6년 만의 일이었다.

▶본보 11일자 16면 참조

▶천연가스 심봤다…대우인터내셔널, 국내 최대 가스전 개발

양 상무는 “결국 300m를 더 파 내려가 4번째 지층에서 ‘보석’을 발견했다”며 “반드시 성공한다는 현장소장의 판단을 경영진이 믿고 지원해 준 결과”라고 11일 말했다.

당시 양 상무가 발견한 가스전 이름은 ‘쉐’. 미얀마어로 황금이라는 뜻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후 인근에서 ‘쉐퓨(백금)’와 ‘미야(에메랄드)’를 추가로 발굴했다. 양 상무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자원탐사 전문가. 지구물리학 박사로 석유나 가스가 나올 만한 유망 광구를 직접 찾아다닌다.

한국석유공사에 재직하던 1990년대 초반 국내 가스전 개발을 주도했다. 당시 유망 광구 5곳을 선정해 ‘고래-1∼5’로 이름 지었고 수년 뒤 석유공사의 개발로 ‘고래-5’는 한국 최초의 가스전 ‘동해-1’이 됐다.

“우연의 일치지만 미얀마 광구와 동해-1의 지층은 모두 가스가 주로 발견되는 배사(背斜)구조(볼록한 지층)와는 거리가 멀어요. 자칫하면 묻혀 버릴 수도 있었던 셈이지요.”

○ 해외 유망광구 직접 찾아다녀

그는 “아무리 정밀하게 탐사해도 실제로 땅을 파 가스전을 발견할 확률은 15% 미만”이라며 “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미얀마 가스 발굴엔 옛 대우그룹의 ‘후광’도 적지 않았다.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990년 옛 대우전자가 가전공장을, 1991년 옛 ㈜대우가 봉제공장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한 덕에 미얀마 정부는 1998년 광구 개발을 먼저 제의할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이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이 우여곡절 끝에 광구 개발에 성공하자 양 상무는 ‘대우맨’으로서의 감회를 느꼈다.

“회사가 망하면서 저도 인생 밑바닥까지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저를 ‘정리’하지 않은 덕에 회사에 기여할 기회를 얻었어요. 무엇보다 대우의 자존심을 되찾아 기쁩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