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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부통령 '한국전 정전 53주년 기념행사' 참석

입력 | 2006-07-27 15:16:00


27일 오전 워싱턴 DC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 열리는 한국전 53주년 휴전협정 기념행사는 과거와는 여러 면에서 판이하다.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과거 50주년 행사보다도 더 크고 성대한 행사가 준비돼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부통령 사상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실세 딕 체니가 참석, 연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휴전협정기념행사 추진위원회(KWABCC)와 미국 재향군인회가 공동 주관해온 이 본 행사에 미국의 부통령이 직접 참석해 기념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체니는 2003년 50주년 기념행사 때도 알링턴 국립묘지를 잠시 방문, 무명용사 묘역에 헌화는 했지만 본행사와는 다소 무관한 것이었다.

과거 미국측에서는 보훈부 장관이 참석하는 게 통례였고, 최근들어 가장 큰 규모의 행사를 가졌던 정전 50주년 행사 때도 미 국방부에서 합참부의장이 참석하는 정도였다.

이런 관례를 감안하면 체니 부통령의 갑작스런 참석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체니의 행사 참석은 본인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재향군인회측은 2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KWABCC가 이달 14일쯤 올해 행사에 체니 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통보해 왔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국방장관도 참석한 적이 없는 이 행사에 미국 부통령이 갑자기 참석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주미 대사관측도 처음엔 체니 부통령의 참석 사실이 믿기지 않아 17일 백악관에 체니의 일정을 확인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체니는 이번 행사에서 20분 가까이 기념사를 할 예정이나 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체니 부통령이 갑자기 이 행사에 참석하게 된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면서 "다만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 특히 북한에 대해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추측했다.

워싱턴 일각에선 그러나 이번 행사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이에 따른 유엔안보리의 대북 결의안 채택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대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체니 부통령이 정전협정 기념행사에 참석, 한반도가 아직 정전상태임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면서 '한반도는 아직도 기술적으로 전쟁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들은 체니가 한국의 오늘날 번영이 5만여 미군 병사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결과임을 상기시키면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언급할 것이라며 남북한 모두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

한마디로 한국측에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북한에는 잇단 도발 행위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편 이번 행사에 '거물' 체니 부통령이 직접 참석함에 따라 대회 규모와 성격도 상당히 바뀌고 있다.

한국측에선 당초 정국본 예비역 해병소장이 재향군인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워싱턴DC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박세직 재향군인회장이 직접 35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것으로 수정됐다는 후문이다.

미국측에서도 대표가 제임스 니콜슨 보훈부 장관으로 격상됐다. 이날 행사에는 체니 부통령 말고도 니콜슨 장관과 이태식 주미대사도 연설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 이어 오후에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무명 용사탑과 한국전 메모리얼 벤치에서 헌화식이 열린다.

저녁에는 메릴랜드주 게이서즈버그의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200여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한미 합동 친선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