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苦유가 시대… 웃는 사람 따로 있다

입력 | 2006-07-18 03:05:00

삼성중공업이 지난달에 완공한 해양플랫폼이 러시아 사할린 해역으로 운반되고 있다. 이 플랫폼은 2만 7000t 중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사진 제공 삼성중공업


몇 년 전 전국적으로 ‘로또 광풍(狂風)’이 불자 대부분의 복권 구입자는 돈을 날리고 복권판매소만 실속을 차렸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와 비슷한 일이 최근 유전개발사업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제 원유(原油) 가격이 고공비행을 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린 유전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발업자에게 관련시설을 공급하는 조선 및 중공업 회사들이 복권판매소처럼 실속을 챙기고 있는 것.

○ ‘검은 황금’을 찾아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면서 세계 석유 메이저들은 새 유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유의 생산 원가는 배럴당 15달러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원유를 찾아 북극까지 진출해 350억 달러(약 33조 원)의 개발비를 쏟아 붓고 있는 것도 고유가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도 올해 5월 현재 28개국에서 73개 유전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지난해 말 현재 65개 사업에 참여했다.

○ 고수익 고위험의 ‘유전 로또’

GS칼텍스의 자원개발 관계자는 “채산성 있는 유정(油井)을 개발할 확률은 5% 정도지만, 일단 석유가 나오면 실패한 다른 광구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SK㈜는 1989년 미얀마의 석유 광구 개발에 나섰다가 투자비 6000만 달러를 날렸다. 반면 이 회사가 2000년 3억 달러를 투자해 개발한 페루 카시미아 유전에는 원유 6억 배럴, 천연가스 8조7000억 m³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30여 년간 수조 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SK㈜의 유전개발사업 매출액은 4092억 원. 정유사업 매출액 20조8882억 원에 비하면 50분의 1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2096억 원으로 정유사업 영업이익 4586억 원의 절반에 육박한다.

○ 실속 차리는 조선·중공업회사

석유개발 붐의 최대 수혜자는 관련 시설을 제작하는 조선·중공업 업체들이다. 한국플랜트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 기업의 해외플랜트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늘어난 108억 달러다. 특히 해양원유를 개발하는 플랜트의 수주는 56%나 늘었다.

지난해 15억 달러어치의 해양 플랜트, 시추선 등을 수주했던 삼성중공업은 올해 상반기에만 관련 시설을 28억 달러어치 수주했다. 지난해 14억7000만 달러어치의 해양 플랜트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상반기 해양 플랜트 수주액도 24억5000만 달러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원유수출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고유가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이 혜택을 보는 한국 조선·중공업계의 호황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의 해외 석유 개발 사업 추이시기진행 사업 수2004년 말 현재56개2005년 말 현재65개2006년 5월 현재73개자료: 한국석유공사

삼성중공업 해양 부문 수주 실적 추이연도2004년2005년2006년(상반기)수주액2억1300만 달러15억 달러28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 추이연도2004년2005년2006년(상반기)수주액6000만 달러14억7000만 달러24억5000만 달러자료: 각 업체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