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벽화를 뛰쳐나온 춤 ‘고구려’…디딤무용단, 당시 춤 재현

입력 | 2006-05-31 03:04:00

무용총 고분벽화에 나오는 여성들의 춤사위를 재현한 춤. 흰색 바탕의 물방울 무늬 복장은 현대적인 패션감각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련미가 넘친다. 사진 제공 디딤무용단


‘깃털 모양 금장식/절풍모를 쓰고/흰색 무용 신을 신고 망설이다./삽시에 팔을 저었으며/훨훨 춤을 추어/새처럼 나래 펼치고/요동에서 날아왔도다.’

당나라 시인 이백이 쓴 ‘고구려’라는 제목의 오언절구(五言絶句) 시.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새처럼 훨훨 날아가는 듯한 춤사위를 절묘하게 표현해낸 작품이다. 이 시처럼 대륙의 웅혼한 기상과 호방함을 느낄 수 있는 1500년 전 고구려의 춤사위가 깨어난다. 6월 9, 10일 이틀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쳐지는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춤극 ‘고구려’.

막이 오르면 무대의 3면이 고구려 무용총(舞踊塚) 벽화로 둘러싸여 있다. 중앙에는 하늘과 인간을 잇는 신단수가 서 있고, 나무 뒤에는 삼족오(三足烏)가 그려진 태양이 선명하다. 조명이 밝아지면서 화려한 물방울무늬 옷을 입은 여인들이 벽화 속에서 하나 둘 빠져나와 춤을 추고, 황금색 깃털을 머리에 꽂은 남성들은 활을 들고 수렵 춤을 춘다.

고구려의 고분벽화, 문학작품, 유물 등에 나타난 이미지를 춤으로 형상화해 낸 ‘고구려’는 1998년 신라춤 ‘천마총의 비밀’, 1999년 백제 춤 ‘그 새벽의 땅’에 이어 디딤무용단이 7년 만에 무대에 올리는 작품. ‘살풀이’ ‘승무’ ‘궁중 정재’ 등 조선시대 춤에만 국한되던 한국무용의 레퍼토리를 고대 춤으로까지 넓히려는 시도다.

공연에서는 유리왕의 애틋한 러브스토리가 담긴 ‘황조가’,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일본 호류(法隆) 사 금당벽화를 배경으로 추는 ‘비천무’, 강서대묘에 그려진 현무(玄武)를 배경으로 추는 무속춤 ‘요령고무’ 등 1시간 반 동안 고구려 문화를 재현하는 14가지 춤이 펼쳐진다. 특히 무용총 고분벽화에 나오는 매부리코 서역인들의 목발춤 묘기를 재현하기 위해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지역에서 활동하는 목발춤 무용수 4명도 초청할 예정이다.

안무를 한 국수호 씨는 15년 동안 중국 지린(吉林) 성 지안(集安)의 고구려 고분 밀집지역과 북한 등을 수십 차례 방문하며 고구려 춤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국 씨는 “고구려 역사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은 정치인뿐만 아니라 문화인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고구려 춤을 완벽하게 복원해 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에서 공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9일 오후 8시, 10일 오후 3시 7시. 02-421-4797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