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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韓 총리후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이유

입력 | 2006-04-17 03:03:00


한명숙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늘 열린다. 여야 모두 선입견과 당리당략을 버리고 그가 과연 대한민국 총리감인지 검증해 주기 바란다. 그가 총리가 되면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의 삶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인가. 근대화와 민주화 이후의 국가 진로(進路)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국민은 더더욱 알 권리가 있다.

여권(與圈)은 그의 능력과 자질을 따지는 데 대해서는 ‘양성(兩性) 평등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행태’라고, 과거 행적과 사상을 거론하면 ‘색깔공세’라고 역공한다. 이런 행태야말로 운동권 식의 얄팍한 검증봉쇄 수법이자 국민 호도책(糊塗策)이다.

한 후보자의 남편은 1968년 ‘통일혁명당 간첩단 사건’으로 13년간 옥살이를 했다. 자신도 1979년 북한 방송 청취 등이 문제가 된 ‘크리스챤아카데미 사건’으로 2년간 실형을 살았다. 그렇다면 그때의 사상이 지금도 유효한지, 무슨 생각으로 북한 방송을 들었는지 국민은 분명한 답을 들어야 한다.

한 후보자는 북한 핵과 인권에 대해 ‘친북 자주파’에 가까운 입장을 보였고, 비정규직 문제에선 조직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왔다. 이를 ‘재야(在野)생활 30년의 산물’로 당연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그 사상의 궤적을 따져 앞으로 국정에 어떻게 투영될지 가늠해 봐야 한다. 이런 검증에 대해 ‘냉전사고(冷戰思考)’를 들먹이는 세력이야말로 정체성(正體性)을 의심받을 만하다. 사상 문제뿐 아니라 한 후보자는 아들 군(軍)보직 청탁 의혹, 건강보험 위장 가입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 후보자의 ‘남편 옥바라지’ 자체는 순애보일지 모른다. 그의 인상은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감성적 평가만으로 모든 걸 덮을 수는 없다. 국무총리 직을 수행하는 지도자의 국가 정체성에 대한 신념, 주요 정책에 대한 소신, 그리고 국정수행 능력은 국운(國運)과 직결되는 것으로 사랑이나 감성의 영역과는 별개다. 이번 인사청문회가 또 한번의 요식 절차여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