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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明·淸때 오키나와 조공품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입력 | 2006-04-11 03:02:00

오키나와 섬에 있던 류큐 왕국이 명과 청나라에 조공했던 600여 점의 보물 소유권을 놓고 중국과 일본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화려한 나전칠기의 일부.


중국과 일본이 오키나와(沖繩)에 있던 옛 류큐(琉球) 왕국이 중국 역대 왕조에 조공으로 보낸 보물의 반환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논쟁은 주중 대사로 중국에 부임할 예정인 미야모토 유지(宮本雄二) 오키나와 담당대사가 지난달 초 환송식에서 “오키나와 보물을 갖고 돌아오겠다”고 현지 주민들에게 말하면서 시작됐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를 알게 된 정신먀오(鄭欣묘) 중국 고궁박물관장은 “몇백 년간 고궁에 보관해 온 보물을 이제 와 돌려 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었다.

양국이 소유권 시비를 벌이게 된 보물은 류큐 왕국이 명과 청나라에 조공으로 바쳤던 진상품. 칠기와 채색 직물, 갑옷과 투구, 그림, 서적 등 600여 점으로 진기한 보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발톱 다섯 개가 달린 용(오조룡·五瓜龍)이 장식된 나전칠기는 세계적인 희귀품으로 ‘보물 중의 보물’이라는 것.

중국의 한 사학자는 “오키나와 유물은 당시 풍속과 생활양식, 특산물, 명·청조와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중국은 전람회를 위해 빌려줄 수는 있어도 반환은 절대 안 된다며 완강한 태도다. 오키나와 현은 과거 중국 측의 협조로 오키나와 보물을 빌려와 전람회를 연 적이 있다. 일본은 1991년부터 오키나와 보물 반환 운동을 벌였으나 중국에 정식으로 반환 요구를 한 적은 없다.

36개 섬으로 이뤄진 오키나와는 독립 왕국이었으며 1372년 명나라 주원장(朱元璋) 때부터 중국에 조공했다. 1871년 일본제국에 합병되면서 오키나와 현으로 바뀌었고 5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조공도 1875년 중단됐다.

친중파로 알려져 온 미야모토 대사는 이번 발언으로 그간 벌어놓은 점수를 모두 까먹었다는 평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