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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본 기업은 국내 투자, 한국 기업은 해외 투자

입력 | 2006-03-30 03:03:00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도쿄대 교수는 그제 한국에서의 강연에서 “투자 활성화와 노동 부문의 개혁, 민영화가 일본 경제의 회복을 이끌어 냈다”며 “한국은 이를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해외투자에 나서는 한국 기업과 달리 일본 기업들은 국내투자에 집중한다”고 자랑했다. 일본의 기업투자는 작년 8.5%에 이어 올해도 6.8% 늘어날 전망이고 공공부문 투자는 올해 6.9% 감소해 수년째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작은 정부’가 민간 투자를 북돋우고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선 정부규제가 1998년 6820건에서 현재 8028건으로 17.7% 늘었다. 공무원은 2002년보다 2만2000여 명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올해 공무원 인건비는 3년 전에 비해 3조6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갈수록 민간을 더 간섭하는 큰 정부’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한국에서 큰 정부라고 얘기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정부 비대증(肥大症)을 모른 체했다. 그의 현실인식도 문제고 정부가 민간부문에 대한 규제와 개입을 계속하겠다는 뜻 같아서 앞날이 더 걱정이다. ‘큰 정부를 지향하고 시장의 역할을 축소한 국가는 성공한 적이 없다’는 세계적 경험을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규제 많은 큰 정부’ 아래서 기업투자가 활발해지기는 어렵다. 2002년 8.4%이던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3년 ―1.4%, 2004년 1.4%, 2005년 3.4%, 올해 1∼2월 1.2%로 낮아졌다. 반면 해외직접투자는 2002년 36억 달러에서 작년 64억 달러까지 매년 늘었다. 국내투자를 외면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기업들과 함께 좋은 일자리도 나간다.

최근 적(赤)신호를 켠 경제지표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그동안 내수와 투자 부진을 메워 준 수출마저 어려워져 2월 경상수지가 7억607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달 산업생산도 1월에 비해 4.4% 감소했다. 비대한 정부가 기업의 발목을 계속 잡으면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게이오대 교수도 최근 “글로벌 경쟁시대에 한국기업이 잠시라도 주춤거리면 중국, 인도 기업이 그 자리를 바로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