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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인천항]中상하이항서 배우자

입력 | 2006-02-28 06:38:00


컨테이너 물동량 세계 3위인 중국 상하이(上海)항과 세계 30위인 인천항은 규모 면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21일 상하이 도심에서 60km가량 떨어진 양산항. 지난해 12월 1기 공정에 속하는 5선석(船席·선박이 작업하는 자리)이 개장된 뒤 하역작업이 활발하다.

3000개 섬으로 이뤄진 양산군도의 대, 소양 섬 사이 바다를 매립해 길이 32.5km, 왕복 6차로인 둥하이(東海)대교를 건너야 항구에 도착할 수 있다.

일반차량 출입은 통제됐고 컨테이너를 실은 대형 트럭만이 줄지어 다리를 오갔다. 양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야적장엔 컨테이너가 4, 5단 높이로 쌓여 있었다.

이 곳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월에 21만TEU(1TEU는 20피트 짜리 1개)였다. 상하이항 전체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월 161만TEU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4% 늘었다.

비수기인 1월에도 물동량이 계속 증가해 상하이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누르고 몇 년 안에 세계1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항 운영을 총괄하는 ‘상하이 국제 항무집단유한공사’ 관계자는 “정부나 시 당국이 항만건설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2000년 이후 컨테이너 물동량이 급증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시작된 1기 공정(5선석)에는 정부 자금이 주로 투입됐지만 2∼4기 공정에는 외자를 최대한 끌어들이려한다”고 말했다.

상하이항 북쪽의 칭다오(靑島)항, 톈진(天津)항, 다롄(大連)항에서도 컨테이너 전용부두 건설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들 항구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인천항보다 2∼5배 많다. 증가율은 지난해 인천항과 비슷한 20.3∼25.9%였다.

이들 3개항은 모두 시설부족에 허덕여 2010년까지 10∼15선석 규모의 부두 증설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또 항만 주변에 해외 물류업체가 입주할 보세구역, 물류단지 등 60만∼170만 평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중이다.

중국 항만당국은 항만 운영의 성공 지표로 꼽히는 대형 선사 유치 실적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정책을 펼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양산항을 세계 물류 중심항구로 육성하기 위해 △화물차량의 둥하이대교 통행료 면제 △국제 환적화물에 대한 물류비용 80∼90% 할인 △내항 연계용 350TEU급 컨테이너 운송선 6척 무료 운항의 혜택을 주고 있다.

최정철 인천경실련 정책위원장은 “한중 간 컨테이너 정기항로 개설이 자유로워진 2003년 6월 이후 중국과의 물동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수도권에 복합물류단지와 연계된 첨단 항만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19세기 40년의 시차를 두고 외세에 의해 강제 개항된 두 항구는 항만시설을 도심과 가까운 내항에서 바다 쪽 외항으로 뻗어가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항의 항만 건설 속도는 인천보다 훨씬 빨리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