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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에 위폐논의 비공식 제의

입력 | 2006-02-14 03:05:00


‘이근(李根·사진)을 뉴욕으로 부르자.’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 대사는 이달 초 비공식 채널을 통해 미 행정부에 ‘이근 외무성 미주국장을 뉴욕으로 불러 위조지폐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석 대사가 만난 미국 측 인사는 이른바 북-미 간 ‘트랙 2(비정부 외교채널)’ 경험이 많은 도널드 자고리아 뉴욕 헌터대 교수 겸 컬럼비아대 국제연구소 연구원.

이 국장은 북-미 간 비공식 뉴욕 접촉에 주로 관여해 온 실무책임자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의 제의가 6자회담에 다시 나서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13일 “대북 금융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페이스 세이빙(face saving·체면 살리기)’을 위해 그런 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미 행정부의 최종 방침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또 다른 행정부 소식통은 “가까운 시일 내 북한 관리들이 뉴욕으로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지난해 북-미 간 위폐 접촉이 무산된 것은 북한이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 간의 위폐 문제 관련 ‘정책 회동(policy level talks)’을 주장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의 이번 제의는 지난해와는 다른 변화”라고 밝혔다. 대북 금융제재로 북한의 입장이 그만큼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돈세탁 방조 혐의가 자국 금융산업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을 우려해 북한에 대해 불법 활동 중단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북한의 위폐 제조 및 돈세탁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들의 미국 증시 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