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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추적 고육책…금융거래 위축 우려

입력 | 2006-02-07 03:05:00


‘원칙론은 맞지만 방법론은 글쎄….’ 금융 차명거래를 금지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 자료를 세무조사에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구상은 쉽게 추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고소득자의 세원(稅源)을 찾아내야 한다는 원칙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이로 인해 금융거래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차명거래 폐지될 수 있을까

지금은 고소득자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여러 계좌에 돈을 분산하면 국세청이 개인의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별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세금을 물리기 위해서는 차명거래 금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차명거래는 실제로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리는 사적(私的) 계약이기 때문에 현행 금융실명제법으로 막을 수 없다. A 씨가 B 씨 명의로 예금을 맡겼다가 분쟁이 생겨도 A 씨의 법적 소유권이 인정된다.

부동산실명제는 등기제도가 있어 실소유주 확인이 가능하지만 금융은 사정이 다르다. 차명거래를 폐지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창회비를 내기 위해 회장 명의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것도 안 되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0년 전부터 차명거래 규제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금융회사가 실소유주를 밝히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시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금융거래정보로 세무조사

FIU에 통보된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하면 세무당국의 탈세 의혹 조사가 쉬워진다.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돈이 어디에서 나와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FIU 정보는 배임 횡령 조직폭력 마약 등 범죄 관련 수사에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조사를 목적으로 이용하려면 자금세탁방지법을 고쳐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탈세 목적이 아니라도 금융거래 내용이 세무당국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국민이 많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금융거래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정부는 탈세 혐의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만 세무 당국의 정보 공유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고소득 전문직 탈루 적발 어려워

전문가들은 고소득 전문직의 탈루는 교묘해서 잡아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서강대 김광두(金廣斗·경제학) 교수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파악 방식만으로는 예금과 실물 자산을 넘나들면서 소득을 분산하는 고소득자들의 탈루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고소득 자영업자가 소득을 낮춰 신고한 혐의가 있으면 납세자의 소득금액을 추정해 과세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C업종의 평균소득 신고액이 10억 원이었는데 D 사업자가 5억 원만 신고했다면 D 사업자의 소득을 7억∼8억 원으로 추정해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정부는 또 변호사가 수임건별 수임료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