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논술고사의 특징은 무엇일까?
①예년에 비해 논술의 체감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선 영어 제시문이 나오지 않았다. 2005학년도까지 대학들은 수험생의 영어 독해 능력을 간접 평가하기 위해 영어 제시문을 포함시켰지만 교육인적자원부가 논술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영어 제시문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영어 제시문을 독해하고 논제의 방향을 찾아내야 했던 수험생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제시문의 내용도 익숙한 것이 많고 길이가 짧아졌다. 개념 이해가 필요한 전문적인 철학서, 고문(古文) 등의 어려운 제시문 대신 쉬운 내용의 제시문이 나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언어영역 지문이나 국어 교과서에서 한번쯤은 읽어봤음 직한 것이 많았다. 또 표, 만화, 영화 대본 등으로 신세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의 제시문도 등장했다.
②시사적인 주제보다는 우리 사회와 인간 본연의 문제를 다룬 출제가 많았다. ‘질서의 의미와 가치(고려대)’, ‘바람직한 한국인 상(경희대)’, ‘문자 표현(글)의 한계와 가능성(부산대)’, ‘불안의 생산성과 항존성(연세대)’, ‘인간의 정체성(한양대)’, ‘언어가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이화여대)’ 등의 주제가 나왔다. 수험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것이지만 간과하기 쉬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다뤄졌다. 고차원적인 논술 주제 뿐 아니라 생활 주변의 주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③이해력과 독해력을 직접 측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제시문 수를 3개 이상으로 늘리고, 주어진 주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으로 서술된 제시문을 낸 대학이 많아졌다.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이나 배경 지식보다는 이해력과 독해력을 바탕으로 지식을 체계화하는 능력을 평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많은 대학이 ‘제시문을 바탕으로’, ‘제시문을 비교 분석하고’, ‘제시문들의 공통 주제를 찾아’,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설명하고’와 같이 주어진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독해를 바탕으로 한 논술문 작성을 요구했다.
④수시모집에서처럼 논제의 요구사항을 세분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제시문을 분석해 현대 사회의 모습과 비교 분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펼쳐라(경희대)’, ‘제시문들의 공통주제와 제시문 간의 연관관계를 설명하고, 그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라(고려대)’ 등 논술 문제에서 두 가지 이상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이는 최근 수시모집 논술에서 한두 개의 제시문과 몇 개의 소문항으로 한 문제를 구성하는 경향과 같은 것이다.
논제를 세분화한 것은 출제 과정에서 채점자의 주관적 요소가 개입하기 쉬운 논술고사에서 채점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고, 정형화된 암기 답안을 지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