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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PD저널리즘 문제점…'그림' 되는것 찾다 무리수 둘수도

입력 | 2005-12-06 10:06:00


MBC PD수첩이 지난달 22일 방영한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에서 사용된 몰래카메라의 한 장면. 취재원에게 촬영한다는 고지를 하지 않는 몰래카메라는 취재 윤리에 어긋난다. MBC 화면 촬영

MBC PD수첩팀이 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연구원을 협박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왜 기자가 아닌 PD가 취재에 나섰는가, PD는 취재를 위해 어떤 훈련을 받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이 많다. 이에 대해 PD들은 PD가 시사고발 프로그램, 시사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사회 환경을 감시하는 ‘PD 저널리즘’의 한 축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PD 저널리즘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TV 시사 다큐멘터리의 양적 성장과 함께 만들어진 한국적 단어다.

○ 사실 뒤의 진실(truth)을 전달한다?

한국 PD 저널리즘의 원조로 꼽히는 프로그램은 1983년 처음 방송된 KBS의 ‘추적 60분’. 현재 방영되고 있는 지상파 3사의 PD 저널리즘 프로그램은 KBS1 ‘KBS 스페셜’, KBS2 ‘추적 60분’과 ‘생방송 시사투나잇’, MBC ‘PD수첩’과 ‘W’,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생방송 세븐 데이즈’ 등 7개다.

PD들은 PD 저널리즘의 장점으로 심층성과 참신성을 꼽는다. 기자가 출입처 중심으로 취재해 사실(fact)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다루지 못한 ‘사실 뒤에 있는 진실’을 심층 보도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객관적 보도를 위한 기계적 중립성에서 벗어나 시각(perspective)을 가지고 사안에 접근한다는 것. 그동안 PD들이 제작한 일부 탐사 다큐멘터리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PD 저널리즘이 사실보다는 ‘주관적 견해의 과잉’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고 언론학자들은 지적한다. ‘진실 추구’라는 명분으로 사실 확인이나 객관성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사실 여부를 분명히 판결할 수 있는 팩트 추구를 기본으로 하는 기자와 달리 PD는 진실에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KBS ‘추적 60분’의 한 PD는 “PD들이 감성에 치우쳐 사실 확인이나 전체적인 흐름을 읽지 못하거나, 시청률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 등 그림이 되는 것만 찾다보니 보도가 선정적으로 흐르는 경향도 있다”고 털어놨다.

○ 한국만의 독특한 제작형태

KBS 보도국장을 지낸 김인규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좌교수는 “기자들은 PD가 사실 확인이나 객관성 확보에 소홀하다고 지적하고, PD들은 기자가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발표 저널리즘’에 매몰돼 있다고 비난할 뿐 협업이 안 되고 있다”면서 “외국에선 기자 PD 저널리즘이 나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CBS의 ‘60 minutes’, ABC의 ‘20/20’ 등 유명 시사 프로그램은 대부분 ‘취재는 기자가 하고 제작은 PD가 하는’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PD수첩처럼 PD가 직접 취재해 프로그램까지 제작하는 경우는 한국적인 특수 현상이라는 것.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정병욱 책임 PD는 “기자는 정확한 팩트를 전달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고 PD는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나’를 배운 사람”이라며 “전달 방식에 신경 쓰다 기본 사실을 간과하는 위험을 항상 경계한다”고 말했다.

한 언론학자는 “취재는 연출이 아닌데도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들이 훈련도 안 된 상태에서 취재에까지 뛰어들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학자들은 PD 저널리즘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사 내부의 엄격한 검증장치 마련 △기자와 PD가 공조하는 시사 프로그램 제작의 일원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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