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작은 거인]‘컴퓨터 자수기’ 세계1위 썬스타그룹

입력 | 2005-11-18 03:00:00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컴퓨터 자수기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썬스타그룹 박인철 회장. 그는 “지난 30년간의 노력을 비행기의 활주에 비유한다면 이제 이륙하는 일만 남은 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인천=유재동 기자


“산업의 선진도를 측정하려면 그 나라의 봉제 기술을 봐야 합니다. 봉제 기계를 잘 만드는 기업은 다른 것도 뭐든지 잘 만들기 때문이죠.”

봉제 산업은 ‘기계 산업의 꽃’이라고까지 불린다.

공업용 컴퓨터 자수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은 무려 2만여 개. 얼핏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초정밀 가공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첨단 산업이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 본사를 둔 썬스타그룹은 일반 소비자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컴퓨터 자수기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33%)를 달리는 기업이다. 박인철 회장이 이끄는 이 회사는 수십 년간 ‘철옹성’ 같았던 일본 기업의 아성도 기술력으로 무너뜨렸다.


○“기술 국산화 실패하면 문 닫을 각오”

박 회장은 올해 8월 기업은행이 선정하는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됐다.

‘중소기업인’이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회사 규모를 보면 대기업에 가깝다. 현재 전체 직원은 약 2300명. 이 가운데 60%에 가까운 1300여 명이 해외 근무 인력이다. 10여 개의 해외 지사와 법인을 거느린 이 회사의 매출액 중 95%는 수출이 차지한다.

물론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1974년 ‘한국미싱공업’이라는 단칸방의 작은 회사로 출발했다. 당시는 ‘브라더’, ‘주키’ 등 일본 기업들이 세계를 주름잡던 시절. 한국의 기계산업 인프라는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였다.

일본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데 만족하지 못한 박 회장은 “1984년까지 모든 기술을 국산화하고 그 이후에는 일본 재료를 안 받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기술 자립’ 과정은 험난함의 연속이었다. 연구진은 매일같이 수만 개의 부품을 조립했다가 분해하면서 밤을 지새웠다.

박 회장은 “지금까지 어느 한 순간도 힘들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굳이 꼽으라면 이 시기가 가장 어려웠던 때”라고 회고했다.

이런 노력으로 기술 자립은 물론이고 1990년대 말부터는 마침내 국내 최초로 컴퓨터 자수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일찍이 21세기를 준비한 쾌거였다.

○“로봇 산업 진출도 고려 중”

그러나 기술력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기업의 판매망을 넘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비상식적’이라고 할 만큼 탄탄한 사후 서비스였다.

‘W24H(Within 24 Hours)’는 세계 어느 곳이라도 고장 신고가 접수되면 각국에 상주하는 기술자들이 24시간 이내에 출동하는 이 회사의 시스템이다.

5000만 원짜리 자수기 한 대를 수출해 놓고 1000만 원이 넘는 직원 출장비를 대가며 수리 서비스를 나갔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박 회장이 존경하는 인물은 소수의 몽골 민족을 이끌고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 그의 기동력과 국제화 마인드를 본받기 위해 직원들에게는 틈틈이 영어와 중국어 교육을 받게 한다.

회사의 내년 목표 매출액은 5억 달러.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한 분야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기업은 다른 분야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에는 로봇 산업 진출을 고려 중입니다.”

인천=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