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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정상회의]한국과 通商친밀도, 회담시간과 비례?

입력 | 2005-11-17 03:08:00


국제통상 무대에서 한국과 미중일 3국 간 친밀도는 각각 어떻게 다를까.

이번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비친 모습은 중국, 미국, 일본 순으로 한국과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한다.

한국은 15, 16일 이들 3개국과 잇달아 양자 통상장관회담을 가졌다. 중국과는 15일 오후 9시 15분부터 60분 동안, 미국과는 16일 오전 8시부터 45분간, 일본과는 16일 오후 3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회담 분위기는 회담 시간이 길었던 순서에 따라 중국과 가장 좋았고 미국, 일본 순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0분, 45분, 30분의 회담시간 길이가 친밀도의 지표처럼 나타난 셈.

한국은 양자통상회담에서 중국에 ‘시장경제지위 부여’라는 선물을 안겼다. 시장경제지위 부여가 양국 교역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그러나 중국이 느끼는 상징적 의미는 크다. 한국의 이번 조치가 중국이 미국,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시장경제지위를 부여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회담 중 상당 시간을 한국에 대한 감사 표시에 할애했다.

두 나라는 양국 간 ‘김치 파동’을 일단락짓기로 한목소리를 냈고,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까지 거론했다.

한미 통상장관회담은 분위기가 달랐다.

랍 포트먼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부산 벡스코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국과 좋은 협의가 진행됐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의 쌀 협상 국회비준 지연을 우려하며,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트먼 대표는 한미 FTA 추진에 대해서도 “양국 간 현안이 진전돼야 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등 한국의 선(先)조치를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한일 통상장관회담은 외교통상부의 설명대로 ‘의례적 인사치레’에 그쳤다. 예정에 없는 회담을 급하게 마련한 탓에 실제로 의견을 나눈 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년 이상 장기 교착상태에 빠진 한일 FTA 협상에 관한 내용은 언급도 못 한 채 회담이 끝났다.

한국과 3국의 접촉에 대해 국제통상 전문가인 K 씨는 “통상 무대에서의 국가 간 관계는 정치·외교적인 분야의 친밀도까지 함축적으로 드러낸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