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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외면하는 교육운동이 무슨 소용”

입력 | 2005-11-09 03:04:00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원평가제 저지를 위해 연가 투쟁을 계획하고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퇴진 운동을 벌이는 등 강경 투쟁으로 일관하는 데 대해 전교조 내부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9만4000여 명의 조합원 중에는 간부로 적극 활동하는 교원도 있지만 조직 내부의 노선투쟁으로 인한 집단행동과 변질된 교육운동을 비판하는 ‘말 없는’ 교사도 많다. 정치투쟁 대신 참교육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교사들은 교원평가제 자체를 썩 반기진 않지만 평가제 반대 운동이나 전국 초중고교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반대 수업을 하겠다는 집행부의 발표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서울 C고 이모 교사는 “조합원들이 교원평가제에 집단적으로 저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는 의외로 조용하다”며 “연가투쟁을 해도 참여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H고 박모 교사는 “집행부가 반(反)APEC 수업 자료를 새로 만들어 14일부터 수업에 활용한다는데 이 자료로 가르치지 않겠다”며 “균형감이 없고 학생들이 국제적 감각을 키우는 데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G중의 한 교사도 “극소수 강경 조합원의 생각을 전체 교사의 견해인 양 호도하며 연가투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문제”라며 “대다수 교사는 전교조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든 상관없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전교조를 탈퇴한 강원도의 한 고교 교사는 “APEC 관련 동영상이나 교육 자료를 보면 편향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한데 이런 걸 어떻게 가르치느냐”며 “전교조의 관심사가 꽤 오래전부터 ‘학생’이 아닌 ‘우리’가 된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울 W고 박모 교사도 전교조 초창기부터 활동하다가 2년 전 탈퇴했다.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비조합원 교사들과 편을 가르며 서로 갈등하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전교조가 초기에는 교단 민주화 등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학생 교육에 소홀하거나 파괴적인 교육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교조에 가입한 후 활동하지 않으면서 회비만 내거나 전교조와 교총에 이중 가입, 또 아예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교사도 적지 않다.

서울 탑산초교 김승환(金承煥) 교장은 “교사 35명 중 7명이 전교조 소속이지만 전교조 ‘티’를 안 내고 정말 열심히 가르친다”며 “조합원이 많아도 활동을 안 하는 학교가 많고, 강성 조합원 한 명만 있어도 시끄러운 학교가 있어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89년 참교육실천위원회 산하 ‘사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회장을 지낸 서울미술고 이인규(李仁圭) 교감은 “과거 전교조가 지지를 받은 것은 국민의 마음을 읽어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정치 세력화하고 이익단체로 변했다”며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stein3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