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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규씨 남북협력기금 유용 파문]통일부 “우린 책임없다”

입력 | 2005-10-01 03:06:00


남북협력기금으로 조성된 금강산 관광사업비 중 일부가 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에 의해 비자금으로 유용된 데 대해 통일부는 “기업 내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통일부 김천식(金千植) 교류협력국장은 30일 브리핑을 통해 “현대아산의 공동사업자인 한국관광공사가 대출받은 기금 900억 원은 건물 매도의 대가로 현대아산에 넘어간 순간부터 기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만약 900억 원 중 일부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현대아산이 건물을 팔아 조성한 내부 자금을 횡령한 것이지, 기금을 쓴 게 아니라는 뜻이다. 따라서 정부는 기금 관리 및 감독 차원에서 개입할 수 없으며 책임도 없다는 것이 통일부의 논리이다.

그러나 기금 집행에 대한 책임 문제는 정부가 사실상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공적자금의 경우와 마찬가지라는 게 기금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적자금은 정부의 보증으로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성한다. 공적자금이 부실한 금융기관에 지원돼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국민의 부담이 커지고 이에 대해 보증을 선 정부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대에 지급될 것을 분명하게 알면서 관광공사에 대출한 기금 900억 원이 제대로 쓰이지 않았다면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조달청을 통해 금강산 도로 사업비로 현대아산에 지급된 기금 14억9200만 원에 대한 책임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많다.

기획예산처의 한 관계자는 “남북협력기금에 문제가 있다면 주무 부처인 통일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기금에 대한 감사 역시 통일부에 대한 감사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이날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은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돈이 정부의 결정에 따라 현대에 들어갔고, 그에 대한 책임은 공적자금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으나 김 국장은 “비자금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따져 보라”고 답했다.

기금이 현대아산으로 들어간 뒤에 비자금으로 만들어졌다면 정부와는 무관하다는 의미였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