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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 사후 80년만에 크렘린 떠날까

입력 | 2005-09-30 03:07:00


옛 소련의 초대 지도자 레닌(본명 블라디미르 울리야노프)이 사후 80여 년이 지나도록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 1924년 의문의 심장발작으로 사망한 후 방부처리 된 ‘미라’가 돼 붉은 광장의 크렘린 성벽에 묻혀 있는 그의 시신(사진)을 이장하자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이다.

게오르기 폴타프첸코 중부지구 파견 대통령 대표는 28일 사견임을 전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레닌의 시신이 러시아 심장부인 크렘린에 누워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장을 주장했다. 문제는 폴타프첸코 대표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란 점. 그래서 그의 주장에 크렘린의 뜻이 실려 있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01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자 “국민 의견이 통일될 때까지 시신을 그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레닌 시신에 대한 논란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계속돼 왔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이장을 추진했으나 당시 의회 다수당인 공산당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공산당은 ‘당의 아버지’ 격인 레닌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여전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레닌은 죽기 전 제2의 도시이며 자신이 볼셰비키 혁명을 주도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후계자가 된 스탈린이 권력 강화에 레닌을 이용하기 위해 그의 시신을 미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