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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차세대 韓商 경제리더 3人

입력 | 2005-09-16 03:01:00


《‘화상(華商)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상(韓商)이 크고 있다.’ 전 세계로 한국 교포가 퍼져 나가면서 이들이 모국과 맺는 경제교류 규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15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사흘간의 행사를 마친 제4차 세계한상대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민족 섬유 종사자들을 한데 모아 한상섬유벨트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상’ 중 주목을 받고 있는 3명의 차세대 한상 경제 리더를 인터뷰했다.》

▼김성훈 브라질 신텍필 사장▼

“처음 사업을 물려받았을 때 현지 섬유시장은 모두 유대인이 잡고 있었습니다. 야간학교에 다니며 주말도 없이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죠.”

초등학교 4학년 때 브라질로 건너간 김성훈 사장은 스물두 살 때인 1987년 부모에게서 사업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어린 나이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섬유 유통망을 장악한 유대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에게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는 우선 브라질 도매상과 친분을 쌓기 위해 밤낮으로 돌아다녔다. 일본인과 유대인 직원을 고용하기도 했다.

찾아가도 상담조차 안 해 주던 도매상들은 김 사장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었다.

작은 공장 하나에 불과했던 섬유회사 신텍필은 이제 연매출 5000만 달러(약 500억 원)의 회사로 컸다.

모국이 ‘섬유 강국’이라는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한국을 여러 차례 오가며 한국 대기업의 유통구조를 파악하고 이를 브라질에 적용하는 일을 반복했다. 지금은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이제 중국과 미국시장 진출도 모색 중이다.

김 사장은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을 브라질에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혁대 차이나권 LLC 대표▼

권혁대 대표는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니다 중국사업부로 발령받아 현지에 갔다. 이때의 경험이 현재 그가 하는 사업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그는 사업을 하기 위해 4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2003년 미국 회사의 중국 진출을 돕는 ‘차이나권 LLC’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중국 칭화(淸華)대 산하 기업과 기술협력을 하고 있으며 중국 에너지사업 분야로 진출하려고 모색 중이다.

지난해 중국 컨설팅회사의 부사장도 맡았다. 중국 사법부를 설득해 한국 유명 법무법인의 현지 대표체를 설립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권 대표는 “처음엔 외국인으로서 사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현지인들을 만나 신뢰 기반을 쌓았다”며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에 사업기반을 제공함으로써 한중 비즈니스의 교량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정일 한미경제개발硏 회장▼

서정일 회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한인의류협회장, 도산기념사업회 기획위원장 등 재미(在美) 한인 사회에서의 활동이 눈부시다. 제2차 세계한상대회 때는 차세대리더포럼 회장 직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공업용 화학도료 기업 듀라코트 프로덕트의 기획개발 부사장이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회사와 합작으로 벤처회사를 설립하고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사회 공헌 활동도 열심이다. 미국 현지 지역사회에 400만∼500만 달러를 기부한 ‘밝은미래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다. 미주한인동포를 위한 문화복지사업에도 재정 지원을 한다.

그는 “중국에 진출할 때 한상대회의 덕을 많이 보았다”며 “사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