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국립대 ‘학점 부풀리기’ 심각…‘취업 커트라인’ 의식

입력 | 2005-09-15 03:06:00


올해 졸업한 부산대 사범계열 315명의 성적을 보면 A+가 71명, A0가 163명, B+가 69명, B0가 11명이었다. B학점 이상을 못 받은 학생은 단 1명(C+)이었다. 74%가 A+와 A0를 받았다.

또 한국교원대의 경우 2002∼2005년 4년간 졸업생 2169명 중 C학점을 받은 사람은 고작 6명뿐이었다. 그 미만은 한 명도 없다.

졸업생들의 학점이 이처럼 높게 나타난 데 대해 한국교원대 성낙수(成洛秀) 교무처장은 “교수들이 주는 학점에 대해 학교가 간여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열심히 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학점 인플레’는 서울대도 예외가 아니다. 인문사회계열 졸업생 1072명 중 A, B(B- 포함)학점 취득자는 1000명으로 92%를 차지했다.

대학 학점은 학칙상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적용하도록 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학점이 이렇게 높게 나온 게 단순히 ‘학생들의 노력 때문’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지방국립대 교무처장은 “교수로서는 아무래도 취업 시장에서 제자들이 좋은 점수를 받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가능한 한 학점을 후하게 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체가 ‘최저 B학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교수들도 이를 외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등록금만 내면 B는 받는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취업을 의식한 학생들이 재수강을 해 학점을 관리한 것도 한 요인이다. 경북대 학사관리과 김시헌(金時憲) 수업팀장은 “일부 실습과목을 제외하고는 과목별로 A학점 30%, B학점 40% 이내만 주도록 상대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성적이 나쁠 경우 학생들이 같은 과목을 다시 수강해 학점을 높이곤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봉주(鄭鳳株)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22개 국립대 중 강원대를 제외한 21개 대학은 최종성적증명서에 ‘재수강’ 여부를 표시하지 않아 좋은 학점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을 재수강해도 기록에 남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대학의 학점을 불신하게 된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의 ‘커트라인’ 용도로 쓰거나 4년 장학생 같은 최우등생을 가릴 때는 학점을 보지만 최근 들어 학점 변별력이 약해지고 있어 별로 참고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교수들의 온정주의와 취업에 연연하는 학생들의 공감 아래 성적 부풀리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해외 유명 대학원에서조차 ‘한국의 학부 성적은 믿을 수 없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