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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네땅? 내땅!”…터줏대감에 도전장

입력 | 2005-09-15 03:06:00


《‘돈 되는 사업이라면 상대의 고유영역이라도 봐줄 이유가 없다.’ 식품업체의 사업영역 다툼이 치열하다. 신규 시장 개발이 한계에 이르자 경쟁업체들이 이미 장악한 시장을 넘보고 있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도 관심을 보인다. 풀무원은 13일 라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주로 두부와 콩나물을 만들던 풀무원이 ‘생라면’을 무기로 기존 라면 시장의 터줏대감인 농심에 도전장을 냈다.》

이런 풀무원도 ‘모태 사업’인 포장두부 시장에서는 ‘이중 포화’를 맞고 있다.

두산과 CJ 등 대기업들이 두부 시장을 노리고 올해 본격적으로 포장두부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

종합식품회사를 선언한 동원F&B는 오뚜기의 고유영역으로 알려진 즉석식품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즉석 밥과 ‘씻어 나온 쌀’ 등도 시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오뚜기는 참치로 커 온 동원F&B를 겨냥해 참치 통조림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간장회사로 유명한 샘표도 식품 분야의 다각화를 선언했다. 최근 드레싱과 양념소스를 새로 선보인 데 이어 추석을 앞두고 올리브유와 포도씨유 등 식용유 시장에도 진출해 CJ 및 대상 등과 경쟁을 벌일 전망.

업체 간 영역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매일유업이 정통 불가리아 유산균을 이용한 발효유 ‘불가리아’를 내놓자 발효유 시장에서 먼저 터를 닦아 놓은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와 이름이 비슷하다면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남양유업의 손을 들어줬다.

최근엔 빙그레가 남양유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남양유업의 바나나맛 우유 광고에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를 비하하는 듯한 내용이 있다는 것이 빙그레 측의 주장이다.

대기업들은 반찬류 등 중소 제조업체가 주류를 이루던 식품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CJ와 두산이 반찬류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최근엔 샘표가 안주류 시장에 진출했다.

계란 시장에서는 CJ와 풀무원, 오뚜기가 경쟁하고 쌀 시장에서는 오뚜기와 매일유업 등이 맞붙었다.

식품업체들은 얼마 전까지 각자의 주력 분야에만 몰두해도 성장이나 이익 면에서 큰 문제가 없었으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식품사업 다각화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대우증권 백운목(白雲穆) 애널리스트는 “식품업체들의 영역 침범이 잦아지고 있지만 기존 업체의 ‘텃세’가 강해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업체가 시도하지 않은 ‘블루오션’(경쟁 없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