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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애완견 출장방문훈련 서비스 인기

입력 | 2005-09-09 03:08:00

변영욱 기자


“졸리야, 선생님 오셨다. 오늘도 수업 잘 받아야지?”

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 사는 조지웅(45) 씨가 키우는 애완견 졸리(골든리트리버)는 요즘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출장방문 애견훈련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

한달 전만해도 졸리는 골칫거리였다. 생후 6개월밖에 안됐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쳤다. 조 씨가 운영하는 볼링장에서 줄을 풀어 놓았다간 레일에 뛰어들거나 손님에게 안기려고 달려들어 난장판을 만들기 일쑤였다.

혼을 내거나 벌도 줘 봤지만 모두가 허사. 훈련소에 애완견을 맡기는 ‘위탁 훈련’을 고려했던 조 씨는 인터넷에서 ‘출장방문훈련’ 서비스를 접한 뒤 조련사를 초빙했다.

훈련을 받은 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졸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실제로 지난달 말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 졸리는 조련사와 주인의 말을 잘 알아듣는 ‘똑똑하고 영리한’ 개였다. 낯선 이들을 경계하며 컹컹 짓다가도 조 씨가 “앉아”라고 한마디하자 다소곳하게 앉았다.

훈련의 첫 과정인 ‘각측행진(애완견이 사람의 다리 옆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부터 시작해 졸리는 ‘앉아’ ‘엎드려’ ‘차렷’ 등 여러 명령어를 익힌 상태다. 현재는 ‘누워’나 ‘굴러’ 등 한 단계 높은 과정을 배우고 있는 졸리의 최종 목표는 ‘줄 없이 따르기.’

조 씨는 “한달에 70만 원의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졸리는 10년 넘게 함께 살 가족이라고 생각해 과감하게 투자했다”며 “졸리가 말을 잘 듣기 시작하면서 개를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졸리를 예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출장방문 애견훈련 서비스가 애견인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방문 훈련 서비스가 인기있는 이유는 가족이 훈련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 위탁 훈련은 24시간 조련사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높으나 애완견을 볼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퍼스트 출장방문 애견훈련소’의 김세화(40) 소장은 “미국에서는 위탁 훈련을 하더라도 주인과 애완견이 함께 교육받으나, 한국에서는 조련사에게 전부 맡긴다”며 “방문 훈련은 주인이 훈련 방식을 습득할 수 있고 애완견도 심리적 안정감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애완견은 350만여 마리. 특히 수도권은 7, 8가구 중 한 가구가 애완견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아 논란이 됐던 ‘개똥녀 사건’에서 보듯, 한국의 ‘애완견 에티켓’은 개선되어야 할 수준이다. 주택가 인근 공원에서도 애완견의 배설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애견 훈련은 에티켓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애견협회의 김용현(30) 팀장은 “초기 훈련을 통해 애완견이 가족과 더욱 친밀해 질 수 있으며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무리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애견 훈련은 주인에 대한 복종 의식을 갖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주인을 물거나 배변을 못 가리는 개들은 복종 의식이 있고 생활 공간이 주인의 영역임을 알게 되면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애견 문화가 인정받으려면 애견인들이 나서서 에티켓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체계적인 방식으로 애완견에게 올바른 습관을 길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출장방문 애견훈련 장단점 출장 방문 훈련위탁 훈련장점 △주인이 훈련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음.
△애완견이 익숙한 환경에서 훈련받아 심리적으로 안정됨.
△일대일로 훈련시켜 훈련 효과 배가.
△위탁훈련보다 저렴(4주 훈련 70만∼80만 원). △24시간 조련사와 생활하며 집중 훈련받을 수 있음.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깊이있는 훈련.
△충분한 친화 과정을 거칠 수 있음.
△다른 애완견과 함께 생활하며 사회성을 기르는 데 좋다.단점 △위탁훈련에 비해 훈련 시간이 짧음(주 2회 약 2시간씩).
△훈련 시간이 지난 뒤 주인이 잘못 버릇을 들여 성과를 무산시킬 수 있음.
△기초훈련 이상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움. △비용이 많이 듦(3개월 과정 200만∼300만 원).
△조련사의 말은 잘 따르나 오히려 주인에겐 적응하지 못할 때도 있음.
△애완견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주인이 알 수 없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