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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경영]웃음은 회사도 춤추게 한다

입력 | 2005-09-08 03:03:00


직원들의 기(氣)를 살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와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즐겁고 재미나는 일터’를 구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료적이고 딱딱한 조직보다 부드럽고 활기찬 조직의 생산성이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펀(fun) 경영’이 21세기 국내 기업의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동안 딱딱한 이미지로 비쳤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어깨에 힘을 빼고 유머감각을 키우는 등 즐거운 직장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펀 경영 원조’ 사우스웨스트항공

“기내에서는 금연입니다. 흡연하실 분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날개 위에서 맘껏 피우세요. 오늘 흡연하면서 감상할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너무도 잘 알려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기내 방송은 이 회사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사우스웨스트 방식’이란 책에서는 펀 경영에 기초한 인간 신뢰 중심의 경영이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최근 32년 동안 연속 흑자를 내면서 연 평균 10∼15% 성장하는 놀라운 실적을 보였다.

이 회사의 CEO인 허브 켈러허는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펀 경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출근할 때 토끼 모양의 분장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직원들을 놀라게 하는가 하면 면접 때에는 유머감각을 주요 채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구조조정 후유증의 치료제로 ‘펀 경영’ 도입

사우스웨스트항공과 함께 미국에서 펀 경영 신드롬을 일으킨 사람은 ‘훌륭한 일터(GWP·Great Work Place)운동’의 창시자로 알려진 로버트 레버링 박사다.

그는 훌륭한 일터를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Trust)하고, 일에 자부심(Pride)을 느끼며, 동료 간에 재미(Fun)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펀 경영에 국내 기업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2001년경.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기업 구조조정으로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던 시기였다.

LG전자가 신바람 나는 직장 만들기 운동을 시작한 이후 삼성그룹 현대모비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잇따라 펀 경영 기법을 도입했다.

중소 벤처기업은 경기 침체로 종업원들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못하게 되자 ‘즐거운 직장’을 만들기 위해 사내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경영정보제공업체인 ㈜라이터스의 김익수 대표는 “리더십 측면에서 펀 경영은 이제 현대경영의 기초가 됐다”며 “앞으로는 내실을 기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펀 경영’의 핵심은 인재 중시 경영

국내 기업들이 즐겁고 재미있는 직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벤트에 그치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회의석상에서 ‘웃자고’ 말하는 유머나 단순한 행사 등 가식적인 펀 경영은 기업의 생산성과 연결되지 않을뿐더러 준비에 드는 노력으로 업무만 가중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CEO와의 정기적인 모임 등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구축하고 업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펀 경영에서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CEO가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을 이해하고 관심과 배려를 보일 때 직원들의 창의력이 샘솟을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현호 선임연구원은 “결국 ‘펀 경영’의 핵심은 인재 중시 경영이다”며 “회사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인재도 남아 있으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