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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들의 ‘한국경제 이렇게 가라’

입력 | 2005-09-07 03:19:00


《“한국의 잠재력은 작은 사이즈에서 찾을 수 있다. 작은 나라지만 똑똑한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이 앞으로 잘될 것이다.”(앨빈 토플러) “한국 기업이 발전하려면 수직구조를 완화하고 권한과 의사결정을 분산해야 한다.”(제프리 페퍼)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 제프리 페퍼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레스터 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 교수, 위융딩(餘永定)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 등 세계의 석학들이 5일 한국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다원화되고 탈(脫)중심화되는 세계경제의 추세에 맞춰 한국의 산업구조가 더욱 유연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의 혁신역량을 북돋우기 위해 정부는 직접 개입 방식보다 후견인의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혁신 포럼 2005’라는 이름의 이날 행사는 산업자원부 주최로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렸다.

○ 일본형 모델로는 한계

석학들은 한국 사회의 획일적인 문화, 특히 수직적인 경제구조가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플러 박사는 “한국은 일본의 산업정책 모델을 뒤따라 짧은 기간에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지만 일본처럼 ‘버블 경제’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소수 대기업에 의존하는 지금의 발전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산업화 시기에는 ‘큰 것’일수록 좋았지만 21세기에서는 ‘작은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독일, 영국과 같은 큰 나라보다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와 같은 소국이 경제적으로 훨씬 알찬 것은 작지만 똑똑한 경제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

페퍼 교수는 한국기업의 가장 큰 약점으로 ‘수직적인 계급구조’를 꼽았다.

그는 “미래의 경쟁력은 혁신에 있고 이는 다양한 조직기반에서 나온다”면서 “한국 기업은 의사결정구조가 획일적으로 돼 있어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부의 역할은 후견인에 머물러야

석학들은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개성과 창의로 무장한 기업인들과 이를 키우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토플러 박사는 “한국 경제는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의 조화를 찾아야 한다”면서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 산업이 국내 경제를 키우는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혁신가를 키워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벤처기업, 개인의 혁신능력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페퍼 교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개입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씨가 뿌리를 내려 성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데 그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기업의 경쟁력은 인재 확보에서 나온다”면서 “인재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이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교수는 “모든 산업 분야를 이끌고 가기보다는 취사선택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선택보다는 과감히 버리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면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적극 유도해 고령화 이후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동아시아 경제협력에는 양론

위융딩 소장은 동아시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과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경제블록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개방적 지역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지역 내 국가 간에 경제발전 격차가 커 공동의 이익을 찾기 쉽지 않지만 한중 양국은 정치적인 문제가 없어 향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플러 박사는 “지금 산업혁명기를 겪고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이미 산업발전 단계상 한발 앞서 있다”면서 “작은 국가로서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특정한 기술, 특정한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