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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염색체는 영원하다”…남성 결정짓는 염색체

입력 | 2005-09-02 03:11:00


인간은 침팬지보다 성적(性的)으로 건전하기 때문에 남성을 남성으로 만드는 Y염색체의 진화가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발간된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따르면 같은 영장류 조상을 지닌 인간과 침팬지는 600만 년 전부터 별개로 진화해 왔는데 인간의 Y염색체는 그동안 16개의 유전자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침팬지는 그중 5개를 잃었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대 화이트헤드 생의학연구소의 데이비드 페이지 박사 연구팀이 밝혀냈다.

Y염색체는 진화를 거듭할수록 유전자를 잃는 게 특징. Y염색체는 3억 년 전 처음 등장했을 때 같은 성염색체인 X염색체와 비슷한 1000여 개의 유전자를 가졌다.

그러나 Y염색체는 다른 염색체와는 달리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이를 고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유전자를 잃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경우 Y염색체의 유전자는 600만 년 전 이미 16개로 줄어들었다. 과학자들은 남성의 진화가 최고 정점에 이르는 순간 Y염색체는 사라지고 남녀가 나뉜 채 생식하는 방식도 사라질 것으로 봤다.

페이지 박사는 침팬지의 왕성한 성행위가 진화의 속도를 가속시켰다고 설명했다. 침팬지의 세계에서 암컷은 주변의 모든 수컷과 교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센 수컷이 거의 모든 암컷을 장악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수컷이 뛰어난 정자 생산력을 갖추고 암컷들을 만족시켜 경쟁 수컷을 제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정자 생산 경쟁이 일어나 정자 생산이 뛰어난 유전배열이 선택되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진화가 이뤄졌다. 반면 인간은 결혼제도를 발전시켰고 남성은 정자 생산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인간사회에서 Y염색체의 유전자 감소에 따라 남성이 사라지는 데 약 10만 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페이지 박사의 연구는 인간사회에서 그런 순간이 훨씬 늦춰지거나 아예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