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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잘할 생각은 못하는가"

입력 | 2005-08-26 12:17:00


“29%의 지지도로 국정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곤란하다. 권력을 통째로 내놓을 수도 있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25일 발언이 정치권에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이 부여한 신성한 권력을 장물처럼 국민을 제쳐놓고 주고받을 수 있느냐”며 “한나라당은 국민의 허락 없이 무허가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29%의 지지도로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면서 왜 지지도를 끌어올릴 생각은 하지 못하느냐”며 “언제까지 이렇게 네거티브, 아마추어, 마이너스 정치로 갈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또 “돌발발언, 충동정치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며 “노 대통령은 2년반이라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국민의 뜻에 철저히 복종하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런 발언이)벌써 몇 번째인가. 국민이 뽑아준 대통령의 자리는 막중한 것인데 너무 가볍게 여긴다”며 “국민을 자꾸 불안하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할까를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대통령과 원수진 것도 없는데 매일 비판하는 것도 짜증난다”며 “어제 대담 같은 말 같지 않은 것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도 없고 대통령이 나오는 TV는 보기 싫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노골적인 불안이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반응도 비슷했다.

민노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국민이 바라는 민생과 개혁의 비전은 찾을 수 없었다. 남은 임기가 우려스럽다”며 “29%의 낮은 지지율은 권력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라 민생과 개혁을 더욱 철저하게 완수하라는 국민의 질책”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편인도 “대통령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발언”이라며 “국정운영이 그렇게 자신 없다면 차라리 대통령직을 내놓으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한국사에 대한 깊은 시대적, 역사적 통찰에서 나온 것”이라며 “너무 지엽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옹호하며 발언을 수습하고 나섰다.

임채정 열린정책연구원장은 26일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현직 대통령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겠지만 대통령은 역사를 바라보는 자리”라며 “노 대통령의 언급은 분열극복을 우리 정치의 핵심과제로 다루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당 상임중앙위원도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야당은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정부여당의 고민을 수용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에 앞서 유시민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해 “노 대통령의 발언은 (대통령직을)그냥 내놓겠다는 뜻은 전혀 아닐 것”이라며 “중요한 정치 틀을 새로 짜는 데 대통령의 존재나 임기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런 것 까지도 다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 수 있다면 무리 없이 실현되도록 장애물을 치우겠다는 이런 뜻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또 “민노당과의 소연정이나, 보수정당하고 손을 잡고 정책기조를 변경하면 전부다 야합이나 직무유기, 국민과의 약속 위반으로 비춰지는 것이 우리의 언론보도고 정치문화”라며 “이런 답답함을 대통령이 토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것을 너 잘했어, 지지율 높여라, 이렇게 되받는다면 토론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국민은 대통령을 왕으로 생각하지만 노 대통령은 왕이 되길 거부하고 국민들을 왕으로 생각하고 자기를 신하로 보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국민들이 반기지 않는 얘기를 자꾸 하는 것을 신하가 목숨 걸고 왕한테 간언하고 상소를 올리는 것이라는 대통령의 비유가 어제 발언의 가장 중요한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 盧대통령 “권력 통째로 내놓을수도 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