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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임기 후반 첫날, 盧대통령 발언 不吉하다

입력 | 2005-08-26 03:04:00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KBS TV에 나와서 밝힌 시국(時局) 인식과 처방은 ‘국민의 생각 뒤집기’ 바로 그것이었다. 임기 후반 첫날의 길었던 발언 어디에도 겸허하고 진솔한 ‘내 탓’은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가진 자들의 저항과 이를 부채질하는 언론, 그리고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야당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재와 장래의 경제를 걱정하는 경제학 교수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주가와 해외 평가 등을 열거했다. 낮은 성장, 나빠진 고용 구조, 풀리지 않는 내수(內需) 등에 대해서는 자책(自責)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당장 올해 경제성장률이 3%대를 못 벗어날 판인데, 내년에 5.2%가 되면 선진국 중에서 상위권이 될 것이라고 말하니 듣는 국민들의 속이 더 터지지 않겠는가.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을 말하면서 “사유재산원리, 시장원리 등을 가지고 헷갈리게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부동산 부자 때려잡기 식으로 하면 ‘아픈 배가 낫는 것처럼’ 느낄 국민이 많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유재산권을 지켜주지 않는 정부가 빚어낼 후유증은 결국 더 많은 국민을 힘들게 할 것이다.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은 머잖아 깨질 것이다.

그의 연정(聯政)에 대한 집착도 여전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29%에 불과한 상황에서 책임정치는 불가능하다”면서 연정이 난국 타개의 길이라는 주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데도 이처럼 줄기차게 연정을 거론하는 것은 민주국가 지도자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독선이고 아집이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연정 그 정도 갖고는 얽혀서 골치 아프니까 권력을 통째로 내놔라’라고 하면 검토해 보겠다”면서 “나한테 (이보다) 더 큰 요구가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정권을 아예 내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발언이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연정이 위헌이면 선거제도에 대한 협상을 하자는 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요구”라고 했다. 이러니 국민만 헷갈리고 불안한 것이다. 심지어 국민을 상대로 “협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 노 대통령 임기 후반부의 출발점이 불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