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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포럼 “중국엔 만리장성… 한국엔 녹색장성”

입력 | 2005-08-19 03:05:00


《“중국에 만리장성(Great Wall)이 있다면 한국에는 살아 있는 녹색장성(Green Wall)이 있어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17일 미국 뉴저지 주 자택에서 만난 DMZ(비무장지대)포럼의 이원호(李元鎬) 사무국장은 포럼이 구상 중인 새로운 DMZ 생태공원 개념을 이렇게 설명했다. 철조망이 아니라 ‘녹색장성’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1997년 출범한 DMZ포럼은 올해를 DMZ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원년(元年)’으로 잡고 있다. 이 국장은 “조만간 한국에서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재단 설립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럼 이사로 15일 테드 터너 CNN 창립자와 함께 서울을 방문한 조지 아치볼드 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은 “DMZ 생태 보전 필요성에 무관심하던 북한도 최근 생태공원이 가져다 줄 경제적 효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북한이 공동조사위원회에 적극 참여한다면 3년 안에 생태공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국장이 포럼을 만들 때만 해도 북한은 DMZ 생태 보전 문제에 극도로 무관심했다. 당시 김계중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로부터 “북한 곤충학자를 미국에 초청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한성렬(韓成烈·현 차석대사) 공사를 만났지만 이 국장에게 돌아온 대답은 차가웠다. “지금 곤충 가지고 이야기할 때입니까?”

그러던 북한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사이 포럼도 쟁쟁한 멤버들이 이사와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다국적군’이 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였던 윌리엄 쇼어 씨를 통한 미국 내 여론 환기 작업이 주효했다. 평소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았던 쇼어 씨는 “미국 각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인도, 루마니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해리 반스 씨가 포럼에 본격 참여하면서 네트워킹 역량이 강화됐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생물학자’로 꼽히는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를 포함해 미국의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시에라클럽 유엔대표를 지낸 존 클로츠 씨, 아치볼드 이사장,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대사 등도 합류했다.

이후 미국은 물론 러시아 중국 일본 학자들도 관심을 표명했다. 터너 씨와 함께 평양을 거쳐 15일 서울에 온 러시아 국립과학원 극동지리학연구소의 드미트리 피크노프 박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 환경단체 및 학계를 중심으로 DMZ 보전활동이 본격화됐다. 자연생태계 보전지역 지정 등의 방안이 제시됐지만 남북 대치 상황과 개발론에 밀려 발걸음은 더딘 상태다. 정부는 17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DMZ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재영 기자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