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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드라마속 주인공이 도중하차한다면… 자살 혹은 유학

입력 | 2005-08-18 03:08:00

계약과 다른 방송 횟수 연장으로 출연자가 중도 하차하게 된 SBS 드라마 ‘패션 70s’의 남녀 주역 4인(왼쪽). 15일 방영된 예고편에서는 27회까지만 출연하기로 한 김민정(준희 역)의 사형을 암시하는 장면이 방영돼 시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SBS TV 화면 촬영



“어, 준희가 죽나?”

15일 방송된 SBS 월화 드라마 ‘패션 70s’의 다음 회 예고편(26회)을 본 시청자들은 죄수복을 입은 준희(김민정)의 모습을 보고 의아해했다. 이 예고편은 어머니가 강가에서 실종된 것을 비관해 자살을 결심한 준희가 술잔에 수면제를 타 놓지만 실수로 아버지가 마시고 목숨을 잃는 것의 다음 이야기다.

준희의 비극적 결말에는 ‘연장 방영’과 주연배우의 ‘도중하차’가 얽혀 있다. 24회냐, 30회냐. 출연자와 방송사가 방영 기간을 놓고 논란을 빚었던 ‘패션 70s’는 결국 28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줄다리기 결과 극 전개가 흔들리는 것을 보며 시청자들은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다.

○ 주연배우의 도중하차

지난달 말 고준희 역의 탤런트 김민정은 “애초 24부작으로 출연 계약을 했는데 SBS와 제작사인 김종학 프로덕션에서 30회로 연장 방영을 결정했다”며 “8월에 영화 촬영 일정이 잡혀 있어 24회 이후 출연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김민정과 제작진은 26회분까지 드라마를 찍는 것에 합의했고 27회에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당초 김종학 프로덕션은 주연배우들과 24회분으로 계약을 했으나 SBS 측과는 “상황에 따라 30회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패션 70s’의 16일 방송 분의 시청률은 31.0% (TNS미디어코리아). 시청률을 의식한 방송사는 연장 방영 욕심을 내지만 배우들과 합의가 어려워 파행이 빚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종영된 KBS2 ‘애정의 조건’에 출연했던 탤런트 지성도 당초 50회 출연 계약을 했으나 10회 연장 방영이 결정되자 극에서 중도하차했다. 제작진은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내용을 수정해 지성을 드라마에서 뺐다.

○ 시청자와의 약속 위반

도중하차하는 배우들은 극중에서 유학, 자살, 군 입대 등으로 결론을 맺는다. 문제는 이러한 주연배우들의 중도 하차로 드라마 전개가 그때까지의 흐름을 깨고 급격하게 바뀐다는 것. ‘패션 70s’의 인터넷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드라마 전개에 의문을 나타내는 항의성 글도 게시됐다. 시청자 이재민(26·대학원생) 씨는 “‘패션 70s’의 경우 초중반과 달리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 드라마를 급하게 끝내려는 것이 화면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패션 70s’의 책임프로듀서인 공영화 CP는 “드라마 결론은 초반부터 설정하지 않았으며 작가와 제작진의 생각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황인성 교수는 “관행처럼 굳어진 드라마 연장 방영이나 조기 종영의 경우 결국 시청자와의 공적인 약속을 깨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