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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실천적 이론가 정약용’…나라와 이웃 사랑한 茶山

입력 | 2005-08-06 03:05:00


◇실천적 이론가 정약용/금장태 지음/463쪽·2만5000원·이끌리오

조선 유학사와 사상사에 드리워진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의 그림자는 깊고도 넓다.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를 통해 엿볼 수 있는 그의 방대한 학문 세계는 연구자들이 인간 정약용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서울대 종교학과에서 유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 평전에서 정약용의 삶을 출생부터 죽음까지 시기별로 찬찬히 살폈다. 저자는 정약용이 자신의 삶과 학문을 통해 ‘나라와 이웃을 사랑하라’는 한 마디를 실천했다고 본다. 그에 대한 흠모와 애정이 페이지마다 절절하다.

정조의 총애를 받았지만 대과에 4번이나 떨어지자 ‘고향에나 돌아갈까’라며 시를 짓는 정약용에게서는 유약한 인간을 본다. 그러나 수원 화성을 지을 때 “자갈을 나르는 인부들에게 일급을 주는 것보다 날라 오는 자갈의 분량에 따라 성과급으로 줘야 공정이 빨라진다”고 제안하는 그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냉정한 관료다.

대기업과 언론사주의 부정직한 행동과 국가기관의 도청이 물의를 일으키는 요즘 그가 ‘신학유가계(신學游家誡)’에서 아들에게 쓴 글이 떠오른다. “천하의 재앙과 우환이나, 자신을 죽이고 가문을 뒤엎는 죄악은 모두 비밀리에 하는 일에서 빚어지는 것이니 일을 할 때와 말을 할 때에는 부디 깊이 성찰해야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