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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반격…금융당국 신뢰성 문제제기 강경대응

입력 | 2005-07-25 03:06:00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영국계 펀드 헤르메스자산운용이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특히 금융 감독 당국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공정거래 조사 과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표출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헤르메스의 대응과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외국자본의 투기성 여부를 판별하는 잣대가 결정될 전망이다.

○“물러서지 않겠다”

헤르메스의 한국 내 홍보를 맡고 있는 J&A 정미홍(鄭美鴻) 사장은 24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영국 본사 임직원이 직접 수사에 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당초 헤르메스 측이 검찰 출두를 거부해 ‘기소중지’로 사건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수사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검찰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헤르메스가 강경 대응에 나선 배경은 무엇보다 자사(自社)의 신인도 실추를 막기 위한 것. 1983년 설립된 뒤 전 세계에서 95조 원가량을 운용하고 있지만 주식 불공정 거래로 고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란 게 헤르메스 측 주장이다.

금융 감독 당국에 대한 ‘배신감’과 법리 논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강경 대응을 택한 이유다.

정 사장은 “금융감독원이 ‘언론과 접촉하지 말고 은밀히 대화가 이뤄지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조사에 협조했지만 정작 헤르메스의 해명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조치 결과를 발표해 마지막 순간까지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 3대 쟁점

이번 사건과 관련된 쟁점은 크게 3가지.

우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시세 조작에 대해 헤르메스는 원칙론만 확인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터뷰 과정에서 “삼성물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는 세력을 알지 못한다고 일관되게 말했고, 단지 삼성물산의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M&A 당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만 말했다는 것.

반면 금감위는 “인터뷰를 자청해 ‘M&A 세력을 지원할 수 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해 일반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강조했다.

시세차익에 대한 견해도 크게 엇갈린다.

헤르메스는 “주식 매각 가격(주당 평균 1만4604원)은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기 전보다 낮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헤르메스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전에도 M&A 가능성을 유포하며 주가를 끌어올려 292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헤르메스와 함께 고발된 대우증권 김모 씨의 공모 여부도 논란을 빚고 있다.

김 씨는 “대우증권 영국 법인에서 헤르메스의 거래를 대행했을 뿐 공모를 통해 금전적 이익 등을 얻은 바가 전혀 없다”며 금감위의 ‘끼워맞추기식’ 조사로 일개 대리에 불과한 자신만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금감위는 “공모를 통한 부당이득은 금전은 물론 승진 등 신분상의 이득도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