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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논란속 포스코교육재단의 ‘제3의 길’

입력 | 2005-07-19 03:03:00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지.”

12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동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수학실. 수학에 소질 있는 5학년생 20명은 러시아 출신 수학 교수가 낸 문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1학기 마지막 특별수학수업인 이날 주어진 문제는 ‘어떤 행성이 있다. 행성 전체 면적의 반 이상이 육지다. 육지와 육지를 잇는 직선의 터널을 행성 중심으로 지나가도록 뚫을 수 있음을 증명하라’ 등 몇 가지.

이날 수업은 러시아 알타이국립대 메드베제프(54) 교수가 맡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초빙교수를 지낸 그는 3월부터 포스코교육재단의 초청교원 자격으로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수학을 활용한 창의성’을 가르치고 있다.

수업을 참관한 수학담당 최성호(崔聖浩·46) 교사는 “한 학기 정도 이런 수업을 하면 아이들의 생각이 엄청나게 자란다”고 말했다.

최 교사가 지도하는 수학영재반은 최근 몇 년 사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등 전국 규모 이상 수학경시대회에서 40여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에 있는 포스코교육재단 14개 학교는 공교육의 틀 속에서도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펼쳐 왔다.

입시정책을 놓고 나라가 시끄러운 요즘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한국의 교육이 30년 동안 고교 평준화를 둘러싸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 온 사이 포스코교육재단은 평준화와 비평준화를 넘어 ‘제3의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워 왔다. 그 결과 수학과 과학, 정보기술(IT) 등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예체능 분야에서도 학생들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광양제철남초교 6학년 윤명인(尹明仁·12) 양 등 4명은 전국 초등생 7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삼성SDS가 주최한 제3회 전국 초등생 IT꿈나무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상을 받은 학생들은 다음 달 7일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영재캠프에 참가한다.

대학 진학에서도 인문고인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포항제철고는 첫 졸업생이 나온 1984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490여 명을 비롯해 고려대와 연세대 660여 명, 86년 개교한 광양제철고는 서울대 90명을 비롯해 서울의 주요 대학에 400여 명이 진학했다.

이들 고교의 경우 교과목 중심의 수업과 병행해 과학분야 영재 조기 육성, 외국어 및 정보화 교육 특별지도, 5대 사회과제(환경파괴, 안전불감증, 잘못된 장묘문화, 성비 불균형, 지역감정)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인성교육, 전교생 1인 1특기 교육 등 교과 과정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포항=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