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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정책위원장 “사림파 좌절-훈구파 득세로 역사후퇴”

입력 | 2005-06-02 03:28:00


이정우(李廷雨·사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이 최근 동북아시대위원회의 월권행위를 계기로 대통령자문위원회를 겨냥한 비판론이 들끓고 있는 데 대해 1일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12개 대통령자문 국정과제위원회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이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 ‘위원회가 희망이다’라는 특별기고문을 통해 ‘위원회 과잉’, ‘월권 및 무소불위’, ‘아마추어’ 등의 비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위원회가 한 일 중에는 일부 비판받을 일도 있을 수 있으나 지금의 강풍은 상궤를 벗어난 광풍(狂風)에 가까워 국민에게 유해한 점조차 있다”며 현재 위원회에 대한 비판을 ‘광풍’이라고 규정했다.

무엇보다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참여정부를 아마추어 운운하는 사람들도 조선시대에 몇 차례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던 사림파(성종 이후 중용된 신진 사대부)가 번번이 좌절하고 훈구파(조선 초기 득세한 공신 관료집단)가 득세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의 후퇴를 개탄했을 것”이라며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세상의 근본원리는 다르지 않은데 왜 들이대는 잣대는 이렇게 다른가”라고 반문했다.

지금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을 ‘사림파’에, 정부 관료들을 ‘훈구파’에 비유한 셈이다.

그는 “학자 출신이 많다는 것을 비아냥거리며 아마추어라고 하는데 이는 번지수가 틀린 비판”이라며 “아마추어일수록 구태와 시류에 덜 물들었으니 태도가 공평무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풍부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옥상옥’ ‘월권’이란 비판에 대해선 “참여정부는 25개 부처와 12개 위원회가 종횡으로 얽힌 매트릭스 정부”라고 반론을 폈다. 관료의 실무적 지식과 학자들의 이론적 지식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이 위원장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문 행정고시라는 채용제도를 갖고 있어서 공무원들이 자칫하면 강력한 동류의식과 엘리트주의로 무장된 배타적 집단이 될 위험이 있다”고 관료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 부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학자들은 법령에 대한 관념이 없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을 밀어붙여 비능률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서기관은 “학자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것 같지만 우리도 집행에 대한 책임이 없거나 감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있으면 그 정도는 얼마든지 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전 원내대표는 2일 경북 안동대에서 강연할 연설문 원고를 통해 “열린우리당은 조선 중기 이후 집권세력이었으나 당쟁에 매달려 민생을 외면하고 국가를 위기에 처하게 한 사림파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하다”고 ‘자아비판’ 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