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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브릿지증권 합병 무산…금감위 “정상영업 어렵다” 불허

입력 | 2005-05-28 03:10:00


외국 자본의 ‘투자금 빼내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합병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에 대한 출자 승인 및 합병 예비인가 신청을 승인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금융회사 간 합병이 허가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합병 불허 배경

금감위는 리딩투자증권이 사업계획서에서 브릿지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3년간 339억 원의 흑자를 내는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의 최근 3년간 적자 규모가 584억 원에 이르는 데다 리딩투자증권이 제시한 인수 방법으로는 증권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것.

리딩투자증권은 2월 ‘후불제 인수방식(LBO)’으로 브릿지증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브릿지증권의 최대주주인 BIH그룹의 지분 86.9%를 1310억 원에 사들이되 계약금 20억 원만 우선 내고 나머지는 브릿지증권의 자산을 팔거나(1103억 원) 이를 담보로 대출(187억 원)을 받아 지불하는 방식.

금감위는 리딩투자증권이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브릿지증권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을 대부분 처분해야 돼 증권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외국자본 논란 다시 점화

금감위의 이번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합병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사업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영국계 펀드인 BIH의 투자금 회수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경고라는 분석도 있다.

1998년 국내에 진출한 BIH는 대유증권과 일은증권을 합병해 브릿지증권을 만들었다. 지난해 유상감자(減資)를 통해 1125억 원을 회수하는 등 투자금 대부분을 이미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BIH가 LBO 방식으로 브릿지증권을 팔겠다고 밝히자 노동조합과 일부 시민단체는 편법적인 자본 회수라며 반발했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든다는 것.

금감위는 “이번 결정은 외국인투자가의 투자금 회수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날 리딩투자증권은 “금감위의 결정을 수용한다”면서도 “외국 자본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 때문에 합병이 불허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