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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100권]‘프로테스탄티즘의…’ - 막스 베버

입력 | 2005-05-24 03:46:00


이른바 통섭(統攝)의 학문을 한 학자로 막스 베버를 꼽을 수 있다. 그는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섭렵하면서 사회, 문화, 정치, 경제 현상 사이에서 인과관계의 고리를 발견하려 하였다.

실제로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자본주의가 종교윤리, 기업조직, 임노동, 기술, 시장, 법 등 여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을 서구의 경험을 통해 밝혀주고 있다.

왜 근대의 합리적인 자본주의가 유독 유럽에서만 출현하였는가? 그는 근대 유럽에서의 자본주의 기원을 비교문명의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해답을 찾으려 하였다.

이윤추구 동기에 의해 작동하는 모험가적 자본주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 어느 곳에나 존재했다. 서부 유럽이 매우 독특했던 점은 모험가적 자본주의와 구분되는 ‘합리적’ 자본주의의 출현에 있다.

베버는 서구의 합리적 자본주의의 특징적 현상으로 ‘형식적이고 자유로운 노동의 합리적인 자본주의적 조직화’와 ‘정기적 시장에 맞추어진 합리적 산업조직의 존재’를 들고 있다. 그는 이러한 합리적 자본주의가 가능하기 위해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서구에서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자본주의 정신이다. 자본주의 정신은 ‘돈벌이를 자신의 물질적 생활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 자체’로 여기는 소명의식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자본주의 정신으로 인해 비로소 노동과 이윤추구 행위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금욕적 생활과 저축 관념을 매개로 근대적 자본축적에 유리하게 작용하였다.

자본주의 정신의 뿌리로 16, 17세기의 종교개혁과 금욕적인 프로테스탄트 윤리, 특히 칼뱅주의를 베버는 지적한다. 칼뱅주의는 인간의 운명은 태초로부터 정해진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직업노동과 부의 추구를 신의 섭리로 받아들일 때 구원이 가능하다는 예정설을 중시하였다.

세계의 탈주술화(脫呪術化)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결국 동양과 서양 사이의 차이도 직업과 노동에 대한 의식, 삶에 대한 태도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종교적 측면에 놓여 있다.

이와 같은 베버의 논의는 마르크스의 유물론적인 자본주의 분석과 대립되는 것은 아니다. 두 사상가의 입장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때 근대 자본주의의 역학과 모순에 대한 이해는 보다 충실해질 수 있다. 그들은 각각 자본주의의 정신적 측면과 물질적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이념적 기초와 물질적 조건을 서로 경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시아의 경제 발전과 관련하여 베버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베버의 생각과는 달리 동아시아 나라에서 유교윤리가 후발 자본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 보기다.

미국 하버드대의 두웨이밍(杜維明) 교수가 대표적인 논자이다. 이러한 주장은 종교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사이의 선택적 친화력에 관한 베버의 문제의식을 동양사회에 접목시키는 시도로서 베버사회과학의 새로운 연구주제라고 할 수 있다.

임현진 서울대교수 기초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