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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농구 9단, 지도자로 화려한 ‘백코트’

입력 | 2005-05-16 18:22:00


‘농구 대통령’ 허재(40)가 프로농구 KCC 감독으로 국내 코트에 돌아온다.

KCC는 16일 신선우(49) 감독의 LG행으로 공석이 된 팀 사령탑에 허재를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2003∼2004시즌을 끝으로 TG삼보에서 30년 현역에서 은퇴한 허재는 TG 미주지역 홍보이사 자격으로 미국 페퍼다인대학에서 객원코치로 연수 중이었다. 허 신임 감독은 17일 오후 귀국, 18일 서울 서초동 KCC본사 전시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갖는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

허재는 ‘농구 9단’ ‘농구 대통령’ 등의 별명이 말해주듯 한국남자농구가 낳은 최고의 스타.

이번 허재의 KCC 감독 선임은 슈퍼스타라는 명성 외에 용산고 출신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KCC 창업주 정상영(69) 명예회장과 정몽진(45) 회장 부자(父子)가 모두 용산고 출신으로 모교 후원에 열성적. 특히 농구광인 정 회장은 지난달 역시 용산고 출신인 신선우 감독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 감독이 안된다면 허재를 영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신임 감독이 지도자로써도 현역시절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 나래 시절이던 1998∼1999시즌부터 6시즌 동안 플레잉코치를 했지만 선수로써의 비중이 훨씬 높았고 미국연수도 채 1년이 안되는 등 지도자로써 현장 경험 부족이 약점. 그러나 그를 오랫동안 지켜본 전창진 TG 감독은 “국내외 대회 선수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잘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허 신임 감독은 아직 공석인 전자랜드를 제외한 프로농구 9개 팀 감독 중 최연소. 프로농구 최연소 감독 기록은 1998년 당시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이 35세에 대우 사령탑에 오른 것.

프로 원년인 1997시즌과 1997∼1998시즌 기아 감독으로 허재와 호흡을 같이했던 최인선 한국농구연맹(KBL) 기술위원장은 “허재는 카리스마가 가장 큰 장점”이라며 “결단력에 경험을 잘 살리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창 기자 jeon@donga.com

▼프로농구 KCC 맡은 허 재 감독 인터뷰▼

새로운 인생을 향한 설렘 때문이었을까. 평소 달변인 그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는 듯 했다. 그러면서도 힘이 실려 있었다. 그만큼 앞날을 향한 희망이 컸을 터.

프로농구 KCC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허재 감독(40).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농구 천재’ ‘농구 대통령’이란 얘기는 이제 머리 속에서 다 지워버리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30년 가까이 선수로서의 화려했던 과거는 모두 잊어버리고 새내기 감독으로서 겸허하게 출발하겠다는 뜻이리라.

“감독을 처음 맡다 보니 두려운 것도 사실이에요. 그러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선수 때 쌓은 경험도 있으니 소신껏 팀을 이끌어 보겠습니다.”

그러면서 허 감독은 마치 준비된 감독이라도 된 듯 소신을 밝혔다.

“KCC는 주전들이 노련하기 때문에 제대로된 용병 센터를 뽑는다면 얼마든지 정상을 노릴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미국에서 유학 중인 허재는 지난달 TG와 KCC의 챔프전을 지켜보기 위해 일시 귀국했었다. 당시 TG를 응원하기 위해 왔었는데 결과적으론 KCC의 전력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얘기.

조성원(34) 이상민(33) 등 주전들의 체력 부담도 포스트만 강화된다면 문제될게 없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미국에 있는 동안 수시로 국내 농구 녹화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준 아버지 허준 씨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특유의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알아서 따라올 수 있는 리더십을 보이겠다”며 “계약 조건은 구단에서 알아서 잘 해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흔히 스타 출신은 명감독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스포츠에선 차범근 감독(프로축구 삼성), 선동렬 감독(프로야구 삼성) 등이 지도자로서도 화려한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래서 “멋있는 감독이 되겠다”는 허 감독의 각오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